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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의 벽
세라 모스 지음, 이지예 옮김 / 프시케의숲 / 2021년 7월
평점 :
유령의 벽
· 철기시대 재현을 위해 캠프에 참가하게 되는 실비의 가족들 실비의 아버지는 전형적인 가부장적 으로 가정에서의 모든 통제권을 갖고 있으며 아내와 실비를 억압한다. 그리고 순종(?)적인 아내, 순종적이다 못해 남편의 말을 옳다고 믿으며, 실비 학대를 방관자로 일관한다. 실비 역시 그러한 환경속에 자라났기에 어느 가정이 다 그런 것이고 그게 이상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삶을 살아왔다.
· 이 책에서 아버지 빌은 전형적인 사회적 패자의 모습같다. 가정 밖에서의 스트레스 무능함을 오직 집안에서 해소하려고 한다. 그 가정에서 내가 왕이며 나의 말을 듣지 않으면, 가혹한 처벌만이 기다리고 있다는 듯이. 슬레이드 교수 및 본인 보다 더 잘났다거나 사회적 지위 및 학력이 높은 이에게는 저자세를 취하며, 여성뿐이 없는 가정에서는 고자세를 취하며 자신의 욕구를 풀어낸다.
· 남성 우월의 방관자들 슬레이드 교수 및 피터와 댄은 실비 가족에서 일어나는 불평등적 상황에 오직 방관과 방조의 자세로 일관한다. 앨리슨 역시 실비와 같은 여성이자 엄마이지만, 그녀는 오히려 실비에게 순응하는 모습만을 보여주며, 이 가정의 근본적인 가부장적 형태를 만든 직접적인 원인이지 싶다.
· 작가는 '유령의 벽' 이라는 제목 이전에 '희생양' 이라는 제목을 염두하고 있었다고 한다. '희생양' 이라는 제목을 해도 잘 어울 렸을 것 같다. 습지미라를 대하는 아버지 빌과 실비의 태도가 다르다. 빌은 "어떻게, 무엇으로 죽었을까?" 생각하며, 실비는 그 전의 삶이라던가 죽음을 기다리며 느낀 감정들을 생각한다. 누군가는 희생되어야 하고, 그 희생이 자기보다 약하고, 보다 성적 우월함에 빠진 이들이 만들어낸 결과물. 그야 말로 '희생양' 아닐까? 그들은 '희생양'을 양분 삼아, 그들의 생각과 의지를 더 확고해 나가며, 그게 세상의 정답인지 알고 사는 것일 뿐이라 생각한다. 결국 몰리 처럼 누군가 도움의 손길을 건내주는 이가 있었다면, 몇 천 년전 습지미라도 그 곳에 그렇게 쓸쓸히 있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 문득 '당연하다' 라는 말에 '?'(물음표)를 붙여본다. 저 가족들의 삶은 저게 당연한 것이며, 저 교수의 계급적 우월도 당연한 것이가? 우리도 자각 하고 있지 못하고 당연하게 무엇을 받아 들이고 살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