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스탕스 사형수들의 마지막 편지 - 2차 세계대전 당시, 인간성과 용기를 최후까지 지켜 낸 201인의 이야기
피에로 말베치.조반니 피렐리 엮음, 임희연 옮김 / 올드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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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당시 레지스탕스로 활동하다 체포되어 사형당한 자들의 편지이다. 레지스탕스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쓴 편지라고 하니 자투리 시간에 짬을 내거나 가벼운 마음으로 읽고 싶지는 않아 책의 첫장을 넘기는데 오랜 준비가 필요했다.


책을 펼친 이후에도 한 장 한 장 넘기는데 있어서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했다. 이들은 죽기 직전의 순간에도 가족과 친구 등 소중한 사람들의 안위를 걱정하고, 자신은 걱정하지 말라며 의연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그 담대한 어조가, 일상 쓰는 편지처럼 보이는 말투와 분위기는 몇 배의 무게로 진중하게 다가왔다.


죽음을 마주하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이들에게 후회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옳은 일이라는 확신과 자신이 특별하거나 대단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누구든 자신과 같은 행동을 했을 것이라는 겸손함과 더불어 그로 인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이에 맞서 싸우는 강인함이 엿보였다.


얼마 전, 우연히 읽게 된 트위터의 ‘유언 봇’이 올리는 트윗을 모아놓은 글이 생각났다. 여러 사람들이 죽기 전에 한 말을 모아놓은 글이었다. 할 일이 너무도 많은 때에 죽어야 하는게 한스럽다는 사람도 있었고, 대한제국은 망했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 자결을 한다는 이도 있었다. 생명을 바쳐 싸우려고 한다며 데모하다가 죽어도 원이 없다는 이도 있었다. 각자의 죽기 전에 남긴 말과 편지들이 이 책의 편지들과 오버랩되어 내 자신에 대해 내 죽음에 대해 돌아보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죽음에 대해서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어떠한 죽음을 맞이할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보는 사람은 적다. 본인만 해도 나에게 있어 이상적인 죽음을 두리뭉실하게 떠올려보기는 했지만 실질적으로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을지는 알 수가 없다. 만약 내가 당장 내일, 아니 몇 시간 후에 죽는다면 나는 누구에게 어떠한 말을 남길 수 있을까.



*****이 글은 서평이벤트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제 주관대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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