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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의 딜레마 - 집값을 잡아야 한다는 거짓말에 관하여
구본기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1년 6월
평점 :
부동산 덕후의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총정리 –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의 민낯을 만나다
책을 펼쳐 든 순간, 낯선 단어들의 나열에 뇌가 삐걱대기 시작합니다.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대출규제, LTV, 갭투자, 종합부동산세 등...
단어에 매몰되지 않고 맥을 짚어나가느라 초반에 집중해서 책을 읽어나갔습니다. 그러자 불과 10장 정도 읽었을 뿐인데도 글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심지어 재미있었습니다.
지은이 구본기는 진보, 자유, 평화, 현실주의자를 자처합니다. “나는 나와 내 친구, 우리 이웃이 왜 돈에 쪼들려 사는지를 연구합니다.”를 모토로 하는 ‘구본기생활경제연구소’의 소장으로, 상위 10% 부자가 아닌 90%의 보통 사람들을 위한 금융, 보험, 부동산, 소비 연구 및 컨설팅을 합니다. 현실정치에도 참여했고 여러 생활정책 개발 및 추진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방송출연이나 언론매체에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책 표지에 있듯이 구본기소장은 자신을 부동산 덕후로 소개합니다. 그것도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덕후로서 이 책을 출간했다고 프롤로그에서 밝힙니다. ‘희년함께’라는 부동산 관련 기독교 단체와도 협의하여 강좌를 개설하기도 했다네요.
구본기소장은 이 책에서 문재인정부의 정책과 제도만을 취급하지는 않습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시절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부동산 정책 줄거리를 연결합니다. 결국 따라가다보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이해하게 됩니다.
목록만 보아도 부동산에 대해 좀 아는 분들은 금방 이해를 할 수 있을 겁니다.
이 책은 가독성이 좋게 편집을 잘했습니다. 헤드라인과 소제목의 분류가 한눈에 들어오고 줄간격도 넓었으며 대화체로 읽기 편했습니다. 중간중간 복잡한 표가 나오는데, 이미 프롤로그에서 그 표는 지나쳐도 된다고 밝혀놓았습니다. 내용에서 충분히 설명하고 있거든요.
키워드를 분류하여 어떤 말을 할지 충분히 예상하게 한 후 독자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많이 당황했습니다. 대답을 못 하겠더라구요. 무지하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면 바로 답이 나옵니다. 왜 그 답이어야 하는지 이해가능한 말로 친절하게 설명합니다. 다음과 같은 방식이죠.
“집값에 대해 논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게 뭘까요? 투기 심리? 기준금리 향방? 강남 아파트 가격?”
“아닙니다. 어떤 정치 세력이 어느 정도의 정치권력을 획득하였는지 등과 같은 정치 지형입니다.”
한 단원이 끝날 때마다 [타임라인]을 만들어서 요약정리를 해줍니다. 타임라인을 통해 복습할 수 있습니다.
글의 흐름을 타고 읽어가다 보니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긍정적인 시선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이후 사회적 반감을 최소화하기 위해 여러 차례에 걸쳐 정책을 내놓았습니다. 그 정책의 구멍을 찾아 부동산투기를 하는 사람들의 꼼수를 전방위적으로 막기 위해 꼼꼼하게 정책을 계속 변경해왔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었습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라는 말을 실감했죠. 임대사업자 혜택을 이용해 종합부동산세를 내지 않고 집을 수십, 수백 채씩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부동산을 통해 얼마나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전세 보증금을 이용해 갭 투기를 하는 사람들 또한 정책적으로 막을 수 있음에도 그렇지 못하는 정치 현실이 답답했습니다.
작년 12월 ‘종합부동산세 세금 폭탄’이라는 말이 언론에서 나왔습니다. 정말 폭탄 맞은 줄 알았죠. 하지만 종합부동산세는 부자가 내는 세금이라고 합니다. 전 국민의 0.46%(세 부담 100만원 이하 제외)만이 종합부동산세 고지 대상자라는 사실은 가히 전율할만한 진실이었습니다. 뿐만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여론의 단면적인 보도가 국민들에게 얼마나 큰 오해를 불러일으켰는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지은이 구본기 소장은 ‘집값을 잡는다’라는 표현이 추상적이고 다의적이라고 하면서도 분명 집값 잡는 정책은 있다고 합니다. ‘양도차익 100% 환수제’가 시행되면 집값은 바로 잡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제도를 정부가 정책으로 채택하여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은 좀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3장에서 두 가지 정책을 제언합니다. 물론 이것도 에필로그를 쓸 즈음에는 시행 불가능한 제언이 되어버립니다만 저는 희망을 보았습니다. 한편으로는 답답했습니다. 딱 그 한 방을 날리지 못해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불명예를 갖고 퇴진하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그동안 부동산 정책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무조건 비판만 했었던 자신이 좀 한심해 보였습니다. 집 한 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딱히 큰 관심도 없었습니다. ‘희년함께’라는 기독교 단체를 알고 나서 토지와 집 문제에 조금 더 관심을 기울여보기도 했습니다. 이 책을 통해 부동산 정책의 흐름과 그에 따른 약삭빠른 투기꾼들이 행태도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무조건 비판에 편승하지 말고, 현실적인 대안 정책에 관심을 기울이고 집 걱정 없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해야겠습니다.
부동산에 관해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횡재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렵고 딱딱하다는 생각일랑 하지 말고 일단 구입해서 읽어보시면 눈이 뜨일 것입니다. 부동산에 대해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저 같은 사람도 이해할 수 있는 책인 만큼 아주 쉽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 책을 읽고 부동산 정책에 관심을 가지고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이 서평은 초록비 책공방에서 증정받아 제 생각을 자유롭게 쓴 글입니다. 좋은 책을 출간해주신 초록비 책공방에 감사드리고 지은이 구본기소장님께도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