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다문화도서관 - 언어와 문화의 경계를 허무는 도서관 공동체
정은주 지음 / (주)학교도서관저널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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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고 종이에 다음 단어들을 써봤다. 

'난민', '이주노동자', '외국인 근로(노동)자' 등등.

곱절로 묵은 사연이 있을 것 같고, 뉴스에서 종종 맞닥뜨린 노동 관련 사고의 무게가 느껴졌다.


바로잡아야 할 제도와 현실 속 불합리에 대한 생각은 그대로 켜둔채, 

저자가 일러준대로 종이에 다시 써봤다.

"이주민과 선주민", 

"한국에서 쭉 살았든 다른 나라에서 왔든 결국 같은 지역, 같은 동네에 사는 책이웃".


*

쫌 핫한 우리 동네 도서관- 안산의 작은도서관에 오는 이들을 '책이웃'이라 일컫는 저자는 

이주민과 어우러져 지냈던 일터에서의 6년간 경험을 책으로 풀었다. 

책으로 몸으로 함께한 프로그램이 많다 보니, 저자가 이끈 도서관은 

사시사철 동사형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그의 작은도서관은 활기가 넘쳐 보였다. 

덧붙여 정은주라는 사람이 만들어갈 앞으로의 도서관이 궁금해졌다. 


책에는 길림성 할아버지를 비롯해 중국과 베트남, 태국 등에서 온 결혼이주민 모임, 

고려인, 러시아인, 캄보디아인 등 80여개 국적을 가진 도서관 이용자들이 

밤을 새워 '모두에게 똑같이 새로운 언어'인 수어를 배운 다음 합창단으로 활약하고, 

성금을 모아 프놈펜에 '모이돌라도서관'을 짓고,

작은 영화제를 만들어서 각국 사람의 이야기를 열혈 다큐 영화로 내놓기도 한다.  


*

읽다 보면 다문화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에서 한번쯤 벗어나게 되고, 

다만 오늘도 먹고살고자 하는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의 

주말생활과 독서생활을 찐~~하게 엿본 것 같다. 

그 생활을 좀더 가까이 나눌 날들이 멀지 않았으니, 물 건너 산 건너 온 이웃들에 대한

마음가짐을 새롭게 해야겠다. 밑줄 치고 싶은 저자의 말을 빌려서라도. 


"'다문화'라는 말을 붙이는 것 자체로 누군가를 구별하고 배제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주민과 선주민'이라는 용어도 조심스럽게 사용하길 바란다. 

다양성을 품을 수 있는 말을 찾아내는 것도 우리 모두가 풀어야 할 숙제이다.(286쪽)"


이방인이 아닌 이웃으로,

따로 또 같이 한솥밭 먹으며 힐링하는 '우리'가 깃든 도서관의 내일을 응원한다!



다양한 나라에서 서로 다른 사연을 안고 온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안산 원곡동, 이주민과 선주민이 바삐 오가는 어느 거리에 아기자기한 초록색 나무문이 있고, 그 문을 열면 지하로 향하는 계단이 나옵니다. 계단을 내려가면 "안산다문화작은도서관-고맙습니다"라고 적힌 팻말이 방문객을 맞이하고, 우리나라 최초의 다문화특화작은도서관인 안산다문화작은도서관을 만나게 되지요. - P4

오후가 되었다. 대여섯 살 정도 보이는 제일 작은 아이가 일어나 서가를 둘러보더니, 아랍어로 되어 있는 책 한 권을 꺼내서 자리로 가는 것이었다. 얼마 후 다른 두 아이도 슬그머니 일어나 책을 고르는 자리에 앉아 읽기 시작했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책 읽는 모습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정수기에서 물도 마시고 다른 책을 꺼내기도 하면서 여느 이용자처럼 자연스럽게 도서관에 어울리게 되었다. - P215

도서관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귀환노동자들이 한 달에 1달러씩, 한국에 있는 캄보디아 이주노동자들이 1,000원씩, 우리 도서관 이용자들도 1,000원씩 기부하기로 했다. 캄보디아에서 시집온 엄마들도 발 벗고 나섰다.
도서관 이름은 ‘모이돌라‘로 정했다. 캄보디아어로 1달러라는 뜻이다. 작은 씨앗 자금이지만 캄보디아 방식으로, 캄보디아 사람들이 이끌어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 P235

‘다문화‘라는 수식어는 사회적으로 보살핌이 필요한 ‘사회적 약자‘로 한정해 쓰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넓게 보면 ‘다문화‘라는 개념이야말로 다양성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 모두가 추구해야 할 가치인 것이다. - P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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