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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으로 읽는 로마사 - 1,000년을 하루 만에 독파하는 최소한의 로마 지식
윤덕노 지음 / 더난출판사 / 2020년 10월
평점 :
요즘 TV를 켜면 먹방 프로그램으로 끊임없이 나오고 SNS에는 맛집 인증샷이 넘쳐나요. 솔직히 부모님들은 남 먹는 것 보는 게 뭐가 재미있다고 방송마다 보여주느냐고 전파낭비라고 비판하시지만 그러한 현상이 성장 중심의 사회에서 웰빙을 추구하는 시대의 흐름이 아닐까 생각하네요. 이처럼 어느 때보다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음식이나 맛집에 관한 책들도 덩달아 쏟아지고 있네요. 그런데 이 책은 지금까지 나왔던 음식이나 맛집에 대한 책들과는 조금 다르게 와인을 물 대신 마시며 올리브 열매를 즐겨 먹던 로마인 식사를 통해 방대한 로마 제국의 역사를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게 이야기 해주는 책이에요.
한마디로 이 책은 음식문화 저술가인 저자가 바로 로마 음식에 대한 보고서이자 한 편으로 음식으로 풀어본 로마사네요. 그래서 음식과 역사를 좋아하는 저에게는 ‘바로 이 책이다’라고 책을 읽고 싶다는 욕구가 샘솟아서 열심히 읽었습니다. 로마제국은 유럽역사에서 가장 큰 미스터리 중 하나일 것입니다. 이 책의 1장에서 언급되고 있듯이 어떻게 조그마한 도시국가에서 이탈리아 반도 및 유럽 그리고 지중해를 넘어 북아프리카와 페르시아와 이집트까지 지배하였던 유럽과 북아프리카 그리고 서아시아를 아우르는 고대 최대의 제국이 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 아직도 다양한 해석들이 제시되고 있죠.
이 책은 음식으로 읽는 로마사라는 제목답게 1200년이 넘도록 제국 위용을 과시한 로마의 위대함을 강력한 군사력이나 정치 체제가 아닌 로마 경제력, 그중에서도 기간산업이라 할 수 있는 음식 산업에서 원동력을 찾고 있어요. 또 로마 역사를 정치사적 관점이 아니라 물자의 이동이라는 경제적·물류적 관점에서 보면 많은 것이 새롭게 보인다고 지적해요. 음식이 로마사에 영향을 미친 것과 상호작용으로 저자는 양치기 목동 로물루스가 이끌던 라틴 부족 집단이었던 로마가 어엿한 국가로 발전하고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하는’ 제국으로 발돋움하기까지 결정적인 순간마다 로마인이 먹는 음식은 달라졌다고 봐요.
예를 들어 로마 최초의 1번 가도 역시 정복 전쟁에 필요한 도로가 아니라, 소금을 운반했던 소금길인 ‘비아 살라리아(Via Salaria)’이었고, 로마인들은 새롭게 확보한 길을 통해 소금, 밀, 와인, 올리브, 생선, 젓갈, 향신료 등 다양한 식품을 들여왔어요. 특히 굴 맛에 빠진 로마인들이 알프스산맥을 넘어 1200㎞가 넘는 곳에 위치한 영국 땅에서 굴을 실어오면서 운송 및 저장 산업, 숙박업 등이 번성했다는 점을 볼 수 있네요.
이 책은 이렇게 로마 제국의 영광이 음식 산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을 정말 다양한 지도와 사진을 통해서 쉽게 이야기하고 있어요. 서두에 말했듯이 유사 이래 먹고 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었다는 21세기에 오히려 먹방이 유행하는 상황이 조금 아이러니스럽기는 하네요. 그래도 먹는 것을 좋아하는 저에게는 나쁜 현상으로 보이지는 않아요. 역사에서도 사회사 생활사가 강조되고 있는 듯해요. 한 때 없는 돈을 모아서 '페르낭 브로델'의 물질문명 시리즈를 열심히 사서 읽었던 저로서는 이렇게 음식을 통해서 역사를 살펴본다는 시도 자체가 반갑네요. 음식과 로마사의 관계를 다양한 자료를 통해서 재미있게 풀어낸 책이에요.
"본 서평은 부흥 까페 서평 이벤트(https://cafe.naver.com/booheong/198432)에 응하여 작성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