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손끝에서 과학자의 손길로 - 미술품을 치료하는 보존과학의 세계
김은진 지음 / 생각의힘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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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작품은 예술가의 손끝에서 태어나지만 온전한 형태를 유지하고 생명을 연장하는 건 과학자의 손길이라고 해요. 예술품 역시 사람과 마찬가지로 충격에 의한 물리적 파손이든, 세월의 흐름에 따른 자연적인 노화 현상이든 상처나 질병 없는 작품은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이를 치료하고 보살피는 ‘미술품 의사’도 필요한데, 이 책은 바로 미술품 의사인 미술품 보존가가 하는 일을 소개하는 책이라 하겠어요.

 


미술품 보존가라 하면 국내에도 많이 팔리고 영화로도 제작된 일본 소설 ‘냉정과 열정 사이’의 준세이나 영화 ‘인사동 스캔들’의 김래원이 하는 직업으로도 알려져 있죠.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이자 국내에서 공식 활동하는 미술 보존가 10여 명 중 한 명인 이 책의 저자는 최근 미술품 보존을 다룬 이 책을 통해서 예술가의 손끝에서 탄생한 작품에 긴 생명을 불어넣는 보존가와 미술 보존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를 가득 풀어놓고 있어요.

 

특히 저자는 미학적 관점이 아니라 과학적 관점에서 작품의 물리적 특성들을 주목하는 데요. 이 책에는 수많은 세계적으로 이름난 명화들을 사례로 소개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로마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의 그 유명한 미켈란젤로의 천장화, 뭉크의 ‘절규’나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그리고 구본웅이 1935년 친구 이상의 얼굴을 그린 ‘친구의 초상’과 백남준의 ‘다다익선’ 등 동서양을 넘나들고 르네상스 시대부터 현대 미디어아트까지 시대나 장르도 광범위하네요.

 


‘미술품 보존가는 보람이 없는 직업이다. 가장 잘 하는 것이 티 나지 않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불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내놓았을 때는 후세에 명작을 남겨 주지 못했다는 불명예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고 했던 유명한 독일 미술사가 막스 프리들렌더의 말을 인용하면서도, 저자는 ‘미술작품의 생명은 예술가의 손끝에서 시작되지만 그 긴 생명은 보존가와 보존과학자의 손길로 지켜진다’고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고 있어요. 보존처리를 둘러싼 전문가들의 의견 대립과 실패 사례 등에 대한 이야기 등 재미있는 다양한 에피소드는 물론 복원 전후를 보여주는 세계적인 미술품들을 보는 것만으로 만족스러웠던 책이네요.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이에요.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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