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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적은 민주주의
가렛 존스 지음, 임상훈 옮김, 김정호 추천 / 21세기북스 / 2020년 10월
평점 :
이 책의 제목을 처음 듣고는 이 책의 제목인 ‘10% 적은 민주주의’가 뭔지 궁금했어요. 사실 이 책의 원제는 ‘10% Less Democracy’로 민주주의를 10% 축소하라는 의미정도가 되겠네요. 한 마디로 요약해서 이 책의 저자는 100% 평등한 민주주의를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이 편익보다 크고 오히려 민주주의를 10% 축소할 때 국가 이익은 더욱 증가하므로, 민주주의를 10% 축소하여 효율적인 민주주의로 이동을 해야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어요.
어떻게 보면 상당히 충격적인 분석인데요. 조지메이슨대학교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며 자본주의를 연구하는 저자는 이 책의 서문에서부터 부유한 민주주의 국가에서 유권자들이 정부에 관여하는 민주주의의 정도가 다소 지나치지 않은가라고 지적하고, 평균 시민들로부터 국가에 대한 통제력을 조금 빼앗을 수 있다면, 그 개혁 후 당신의 국가는 그런 개혁이 없었을 때에 비해 훨씬 더 나은 상태가 될 것"이라며 민주주의 정도를 10%가량 낮추자고 권하고 있네요.
400여 페이지로 크게 아홉 개의 챕터로 나누어진 이 책은 저자의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와 논리로 그리고 구체적인 수단이 적시되어 있어요. 저자는 우선 카타니아대학교와 암스테르담자유대학교 연구 결과를 인용해 교육 수준이 낮을수록 음모론을 믿는 경향도 높아진다는 점 등을 근거로 유권자들의 능력이 동등하지 않다고 하면서, 최저 수준 학력자들의 투표를 제한하는 것이 좋은 정책을 펼칠 수 있는 확률을 높여준다고 주장해요. 그래서 지나친 참정권 확대가 유권자의 평균 정보 수준을 저하시켜 막대한 비용을 초래한다고 해요.
그렇다면 어떻게 민주주의를 10% 정도 낮출 수 있을까요? 저자가 제안하는 이 책 속 구체적 방안들 중 인상적인 것은 지식을 갖춘 유권자들에게 투표상 가중치를 부여하자는 주장이에요. 즉 교육 수준이 평균 이상인 국회의원 선거구 크기를 평균보다 10% 축소하고, 평균 이하 교육 수준인 선거구는 평균보다 10% 넓히자는 것이죠. 그렇게 되면 교육 수준이 높은 곳은 대표자가 늘어나고, 그렇지 않은 곳은 줄어드는 결과가 되죠.
또 더블린대학교와 아일랜드국립대학교 등 명문대 졸업생에게 상원의원 10%를 선출할 수 있도록 한 아일랜드를 예로 들면서, 양원제 의회를 운영하는 국가에선 대학 학위 또는 그에 상당한 학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만 상원의원 선출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도 제안하기도 해요. 이 밖에도 그는 포퓰리즘으로부터 독립시키기 위해 정치인들의 임기를 늘리고, 국채 보유자들로 하여금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도록 해야 한다는 등 자못 대담한 주장들을 내놓는다.
그렇다고 저자는 민주주의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데요. 단지 적정한 수준의 민주주의만으로도 충분하고 편익을 극대화하고 비용을 최소화 할 수 있다는 주장이죠. 과거 우리나라 독재 정권 하의 경제 성장을 거론하면서 민주주의에 대해서 회의적인 논거를 펴는 사람들을 보곤 하네요. 솔직히 저자가 이 책에서 주장하는 내용들이 이제 막 민주화를 이뤄낸 우리나라에 적용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지만, 민주주의에 대해서 좀 더 깊은 이해를 해볼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해요.
* 책과 콩나무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