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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옛길 사용설명서 - 서울 옛길, 600년 문화도시를 만나다
한국청소년역사문화홍보단 지음 / 창해 / 2020년 7월
평점 :
이 책은 한마디로 제목처럼 서울의 옛길을 소개하는 책이에요. 서울자유시민대학의 제2차 민간연계시민대학 운영 사업인 '서울 옛길 문화콘텐츠 발굴과 활용'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기획된 이 책은 크게 열 네 개의 챕터로 나누어서 대표적인 서울 옛길을 중심으로 서울의 구석구석을 소개하고 있어요.
이 책을 보니 제가 태어나서 자랐고 또 여기저기 많이 다녀봐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서울에도 아직 못 가본 좋은 서울 구석구석 좋은 옛길들이 정말 많네요. 코로나가 창궐하는 수상한 시절에 어디 멀리 구석에 있는 여행지보다 이렇게 지하철 등으로 이동하기 쉬운 가까운 여행지부터 힐링 여행을 다녀오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서울 옛길은 세 번째 챕터에서 소개하는 옥류동천길인데요. 서울에서 태어나서 자랐지만 수성동이나 서촌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요. 종로구 옥인동이 바로 옥류동천과 인왕산 인왕동을 합친 이름이라고 하네요. 인왕산 계곡의 경치가 빼어난 이곳은 경복궁의 서쪽에 위치하여 서촌이라 불린다고 해요. 인왕산 청풍계곡과 수성동계곡을 통해 서촌으로 흐르는 옥류동천은 청계천으로 모이네요.
사실 이 길은 청와대 근처길로 경호와 군사 목적 탓에 일반인 접근이 통제되어 왔었는데요. 2018년 청와대 경호처가 인왕산 옛길 330m를 복원한 뒤 시민들에게 개방했다고 해요. 그래서 그동안 이 길이 알려지지 못했구나 생각했네요. 특히 수성동계곡은 겸재 정선이 그린 “장동팔경첩”속의 ‘수성동’이라는 진경산수화 속 풍경으로 유명하다고 해요.
삼청동 칠보사에서 경복궁 건춘문을 거쳐 동십자각까지 이르는 삼청동천길의 경우 원래 물이 내려오는 길이었다고 하네요. 서울 삼청터널에서 경복궁 동쪽 담장까지 이르는 조선 시대 청계천 지천 중 가장 큰 하천으로 꼽히는 삼청동천이 흐를 때는 물가 옆 좁은 길이었는데 개천이 덮이면서 넓은 길로 변했지만 굽어지는 곳까지 길은 그대로라고 해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시위행렬이 강물처럼 흘러 다니던 길이었기도 했고, 국립현대미술관과 문화시설이 들어서 있는 문화의 거리예요. 이 외에도 이 책에는 길 일대가 한옥 보존 구역인, 가회동 중앙고등학교에서 안국역을 거쳐 낙원동 탑골공원까지 이어지는 고즈넉한 제생동천길이나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인 창덕궁 돌담을 따라 걷는 북영천길 등 600년 한양과 현대가 아우러지는 서울의 옛글이 사진과 함께 소개되어 있어요.
서울 토박이지만 서울의 옛 길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하네요. 요즘은 코로나 등으로 세상에 흉흉해서 사실 여행을 떠나기가 쉽진 않지만 그래도 가까운 곳 즉 서울부터라도 여행을 다녀오고픈 마음이 있네요. 서울의 사대문 안팎에 놓인 조선시대 주요 국가 기관들과 당시 서민들이 살아낸 생생한 삶의 흔적들이 담긴 옛길 가이드인 이 책을 들고 가족들과 서울 옛 길을 찾아서 도보 여행을 해보려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