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의 헌법 이야기 - 인간의 권리를 위한 투쟁의 역사
김영란 지음 / 풀빛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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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헌법에 대한 딱딱한 법이야기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헌법이 만들어지는 역사의 현장으로 여행을 떠나 보는 독특한 형식의 책이에요. 구체적으로 여행에는 가이드가 있는 것처럼 여행 도중 떠오르는 가상의 질문에 가이드가 대답하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진행이 돼요. 이 책에 나오는 여행지는 영국, 프랑스, 미국, 독일 그리고 한국으로 이 책에서는 각 나라의 헌법이 어떤 상황에서 만들어졌고, 어떤 한계를 지녔으며 우리는 그들의 역사로부터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상세히 알려 주고 있어요.

 

이 책의 저자는 아마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봤을 듯해요. 여성으로서 최초로 대법관을 지내고 국민권익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김영란법’으로 만든 저자는 이미 2016년 에 법과 정의에 대한 상식의 철학을 이야기한 대중서 ‘김영란의 열린 법 이야기’를 펴낸 적이 있는데 이번에 헌법만을 다루는 책을 펴냈네요.

 

이 책의 시작은 고대 그리스 극장인데요. 고대 그리스에서는 연극 주제로 ‘경의’(reverence)와 ‘숙고’(deliberation)를 자주 다루었다고 해요. 여기서 ‘경의’란 인간의 한계를 자각하는 지도자의 덕목이고 ‘숙고’란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도 좋은 결정을 내리는 능력을 말하는데요. 즉 경의란 정치인을 포함한 소수 엘리트 전문가가 지녀야 하는 겸손이고, 숙고란 시민이 엘리트의 말을 의심하고 질문하며 바람직한 결론을 도출해 낼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고 하네요.

 

저자는 대중이 숙고를 하려면 그에 앞서 ‘경의’의 감정을 지닌 전문가가 제대로 된 논변을 해줘야 하는데 요즘은 전문가보다는 유명인을 정치인으로 뽑는데다 주장으로 점철된 논변을 하는 유튜버들이나 가짜 뉴스가 너무 많이 퍼져서 시민이 숙고하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해요. 그러면서 지난 2018년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위원장을 맡았을 때 성별, 나이, 직업, 지역 등이 고르게 분포된 시민참여단 490명을 선발한 뒤 전문가와 질의·응답하는 과정을 거쳐 4가지 방안 중에 바람직한 입시제도 개편 방향을 고르도록 숙고했던 경험을 이야기해요.

 

결론적으로 민주주의는 소수 엘리트가 아니라 사안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 국민들의 숙고로 다스리는 정치라며, 비록 속도가 좀 느리더라도 국가의 큰 방향은 전문가의 토론을 경청하고 학습한 다수의 시민이 정하는 게 옳다고 말해요. 요즘 논의 되는 헌법 개정 작업 역시 소수 엘리트에게만 맡겨서는 안 되고 시민의 숙고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해요. 그러면서 이 책에서 각 나라의 헌법이 겪은 파란만장한 역사 속에서 시민의 숙고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다면 어떤 참혹한 결과가 나타나는 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어요.

 

헌법 개정론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고, 또 여기저기서 헌법 몇 조 위반이라는 말이 들리네요.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든 법의 기초가 되는 헌법에 대해서 꼭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솔직히 헌법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에요. 고시 공부하는 것도 아니라 딱히 헌법에 대해서 배울 기회도 없고요. 그런데 이번에 법률의 대가가 헌법에 대해서 이야기해주는 책이 나와서 헌법이 무엇인지 어떻게 만들어지고 역사적인 교훈은 무엇인지 배울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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