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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처한 클래식 수업 3 - 바흐, 세상을 품은 예술의 수도사 ㅣ 난생 처음 한번 들어보는 클래식 수업 3
민은기 지음, 강한 그림 / 사회평론 / 2020년 6월
평점 :
이 책은 서울대 작곡과 교수인 저자가 막 클래식을 배우고 싶어하는 독자들을 위해 기획한 '난처한(난생처음 한번 들어보는)' 시리즈 세 번째 책이에요.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은 클래식 수업처럼 대화체로 바흐의 음악 세계를 쉽게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이 시리즈의 1권은 모차르트 2권은 베토벤 4권은 헨델이었는데요. 그 중에서 바흐를 골라서 읽은 이유는 사실 '괴델, 에셔, 바흐'에서 소개된 바흐 음악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싶어서예요.
'괴델, 에셔, 바흐'는 1979년에 처음 출간된 오래된 책인데요. 간단히 소개하면 띠를 따라 선을 그으며 한 바퀴를 돌면 처음 시작한 면의 뒷면에 도착하는 모순이 나타나는 뫼비우스의 띠와 같이 '자기 자신을 언급'하는 재귀적 구조를 띄며 발생하는 "모순"에 주목하는 책이에요. 이러한 ‘재귀적’ 모순은 ‘불가능성 정리’로 유명한 수학의 괴델의 정리와 에셔의 그림 그리고 바흐의 음악에서 공통적으로 발견이 되고 있다고 해요. 이러한 각 모순을 통해서 어떻게 인간의 뇌에서 정신이 나타나는지 분석하고 더 나아가 인공지능이 정신을 가질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지는 책이에요.
특히 바흐의 앞, 뒤, 일정 시간 간격과 위상을 뒤바꾸어서 하나의 음들이 자기 자신에 대비되어 새로운 음을 만드는 천재적인 방식의 작품들은 지금도 연구 대상이 될 정도로 수학적으로 정교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해요. 이 책의 저자는 바흐는 비범했으나 성실한 드문 작곡가였다고 해요. 나아가 저자는 조금 어려워 보이는 바흐 음악에 접근하기 쉬운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제공하고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그것만 있으면 세상의 음악이 다 사라진다고 해도 다시 음악을 복원할 수 있어서 음악의 구약성서라 불리는‘평균율 클라비어곡집의 원리’에 대한 내용이 특히 흥미로웠어요.
특히 이 책은 상당한 관련 이미지를 배치하고 있어서 더욱 보기가 좋았고요. 무엇보다도 글을 읽다가 해당 음악을 바로 들을 수 있도록 QR코드가 삽입되어 있어서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네요. 앞으로 나오게 될 5권에서는 클래식 역사상 가장 화려했던 시기로 평가되는 낭만주의 시대의 대표 피아니스트 쇼팽과 리스트를 다룰 예정이라니 기대가 됩니다. 사실 대중음악에 밀려 클래식이 대중들에게 많이 소외되는 현대이지만, 그래도 한 번씩 멋진 클래식 공연을 접할 때 이 곡이 누구 작품인지 그리고 그 내용이 어떠한 지 궁금할 때 가 있죠. 그럴 때 서양음악에 대해서 소개해주는 읽기 쉬운 책이 한 권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곤 해요. 이 책은 바로 그런 생각이 들 때 편하게 읽기 좋은 클래식 해설 시리즈라 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