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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시
한산 지음, 신흥식 옮김 / 글로벌콘텐츠 / 2020년 6월
평점 :
한산시는 중국 당나라 시대에 전설적인 세 명의 은자가 한산이라고도 불리는 중국 천태산(天台山)의 나무와 바위에 써놓은 시를 또 다른 절인 중국의 국청사(國淸寺)의 스님이 편집했다고 전해지는 시집이에요. 이 시집에는 대부분의 시들이 자연과 함께 있는 무위도위의 즐거움을 노래한 것 외에 세상과 승려에 대한 비판이나 불교적인 교훈시 그리고 도교에 대한 비판 심지어 여성의 변덕을 노래한 시 등 다양한 내용의 시들이에요. 그런데 궁극적으로는 허망한 삶을 깨우치고 진정한 도를 구하라는 주제가 주류를 이루고 있어요.
이 시집에는 세 명의 은자 중 이름이 알려지지 않아 한산에 살았다고 해서 ‘한산’이라고 불리는 은자의 시 3백16수 외에 풍간의 시 2수와 습득의 시 58수가 함께 수록되어 있네요. 이 시집의 대표 시인 격인 한산에 대해서는 전설적인 기행이 전하는데요. 한산은 항상 너덜너덜해진 옷을 입고 나무신을 끌고 다녔고 근처 절에서 나오는 음식 찌꺼기를 얻어먹고 살았다고 해요.
그는 때로는 큰 소리로 외치기도 하고 혼자서 떠들며 말하기도 하고 혼자 껄껄대고 웃기도 하다가 시상이 떠오르면 닥치는 대로 나무에, 벽에, 바위에 시를 쓰고 읊었고 이처럼 자연 그대로 본성 그대로 그다운 삶을 살다가 갔다고 하네요. 어떻게 보면 고립된 삶은 또 다른 면을 보면 초월적이고 자유로운 삶을 살았다고 하겠어요.
이 책에서 풍간의 시는 비록 2수밖에 전하지 않지만 그의 역할은 단순한 참여자 수준이 아니라 한산과 습득에게 스승이나 부모와 같은 역할을 했던 듯해요. 적성산을 지나가다가 아이를 주워 길러서 습득(拾得)이란 이름을 붙여주고 습득은 국청사에서 한산과 더불어 주방일을 거들면서 둘 다 머리를 기른 모습으로 정진했다고 전하니까요. 그래서 한산시에도 한산은 제 한산이요. 습득은 제 습득이라. 어리석은 이들은 어찌 보고서 알 것인가. 풍간이 있어 서로 알아주리라.는 구절이 있어요. 한산시는 당나라 시대 이후 수많은 스님들과 학자 들은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해요. 저도 이 시들을 읽어 나가면서 처음에는 지루했지만 읽어 갈수록 점점 시 하나하가 각 주문처럼 입에 붙어 나오는 경험을 했네요. 이 시집을 읽으시는 분들은 소리 내어 읽어 보실 것을 권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