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일의 한국의 암자 답사기
신정일 지음 / 푸른영토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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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에 저자의 전작인 <두 발로 만나는 우리 땅 이야기> 1,2권을 읽었네요. 전작의 추천사에서 저자를 18세기의 이중환에 비유하고 이 책을 이중환이 20년의 현장답사 끝에 쓴 조선후기 최대의 베스트셀러인 “택리지”에 비교하고 있었어요. 즉 전작은 제목 그대로 이중환의 현장 정신을 계승한 저자의 ‘두 발로 만나는 우리 땅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었어요.

 

그래서 저자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게 되었는데요. 저자는 사단법인 ‘우리 땅 걷기’ 이사장으로 우리나라에 걷기 열풍을 가져온 도보답사의 선구자이자 문화사학자라고 해요. 한국 10대 강 도보답사를 비롯해서 우리나라 옛길인 영남대로·삼남대로·관동대로 등은 물론 400여 곳의 산까지 도보로 답사해서 과연 현대 이중환이라는 별명을 들을 만하다고 생각되네요. 이 책도 그 연장선상에서 전국 곳곳의 암자를 답사하고 정리한 답사기에요.

 

이 책에는 이처럼 수많은 매력적인 한국의 암자들이 사진들과 함께 수록되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이 책의 두 번째 챕터에 실려 있는 익산 미륵산 남쪽 중턱에 있는 사자암이 눈에 들어오네요. 이 사자암은 삼국유사에 그 유래가 나오는데요. 무왕이 선화비와 함께 용화산 사자사의 지명법사를 찾아 가다가 큰 연못에서 미륵삼존상을 발견하였어요. 가마를 멈추고 예를 올린 무왕은 ‘이곳에다 큰 절을 세우기 원한다’는 아내의 청을 받아 들어 사자사 주지인 지명법사에게 절 짓기를 청하자 법사가 신통력으로 하룻밤 만에 산을 깎아 못을 메워 평지를 만들었고 그 땅에다 불전과 탑, 회랑을 각각 3곳에 세웠다는 미륵사지에 대한 기록이 있어서 유명해진 절이기도 해요.

 

여기에 거론되는 지명법사는 법력이 높았던 스님으로 서동과 선화공주가 결혼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고 해요. 그동안 정확한 흔적을 찾을 수 없었던 사자사는 1993년 발굴되어 사자사라고 쓰여진 기와가 발견되어 ‘삼국유사’의 기록에 나오는 사자사임이 확인되었어요. 실제로 미륵산 정상 바로 아래인 사자암에서는 미륵사지와 익산 들녘의 풍광이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어요. 아마 미륵사지가 있었던 당대에는 사자사에서 내려다 보는 미륵사의 모습이 장관이었을 듯해요.

 

이외에도 이 책에는 암자마당에서 내소사와 줄포만 그리고 바다 건너 선운산과 소요산이 한 눈에 보이는, 성종 31년(553년)에 초의선사가 창건했다는 부안 청련암이나 신라 구산 산문중 최초의 산문인 실상사파의 본찰인 실상사의 산암자인 남원 백장암 등 제가 가보거나 가보고 싶은 수많은 암자들이 실려 있어서 책을 들고 눈을 뗄 수 없게 하네요.

 

국내 여행을 갈 때마다 늘 유명 암자를 방문하곤 하는데요. 오래된 불교 국가이다 보니 우리나라 문화유산의 상당수가 암자이기도 하죠. 암자를 방문할 때 마다 암자에 대해 잘 정리된 상세한 가이드 같은 것이 한 권 있었으면 했는데 마침 이렇게 좋은 책이 출간되어서 집에 두고 두고 읽다가 특히 앞으로 암자에 갈 때마다 가이드 삼아보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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