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적 고전 살롱 : 가족 기담 - 인간의 본성을 뒤집고 비틀고 꿰뚫는
유광수 지음 / 유영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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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수십 편의 고전이 실려 있어요. 그 중에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들으면 알만한 고전인 홍길동전이나 춘향전 그리고 구운몽 장화홍련전 및 흥부전 심청전 등이 그것이고, 홍계월전이나 손순매아 그리고 여우누이 등은 솔직히 조금 생소한 작품이네요. 이러한 고전을 저자는 크게 아홉 개의 관으로 분류해서 해설하고 있어요.

 

그런데 그 분류의 기준은 [가족]이에요. 한마디로 주로 조선 시대의 불합리한 유교 관념 속에서 형성된, 양반과 남성 중심의 서사 속에서의 모순된 가족 관계와 제도 및 인식을 지적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1관에서는 ‘불변의 희생양 메커니즘’으로 쥐 변신 설화, 옹고집전, 배따라기를 들고 있는데요. 남편으로 변신한 쥐에게 폭력적으로 당하는 부인이나 양반가 부인의 품위 있는 모습에서 차츰 격하되어 어리석고 우둔한 풍자의 대상이 되는 옹고집의 부인처럼 고전 속에서 주로 여성들이 어떻게 처절한 피해자로 만들어 지는 지 해설하고 있어요. 즉 등장인물들이 아내나 며느리에게 죄를 떠넘기고 자신들의 죄를 털어내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해요.

 

또 흥미로웠던 것은 3관 ‘처첩의 세계’에 나오는 홍길동전에 대한 분석인데요. 저자가 집중하는 것은 홍길동이 죄수들을 데리고 조선을 떠나 바다 건너 율도국을 정벌하고 왕이 되는 장면에서 처와 ‘첩’을 거느리고 행복하게 사는 결말이에요. 사실 저도 이 소설을 읽었지만, 첩을 거느린다는 부분에 대한 기억조차 없는데요. 적서의 차별을 부르짖었던 홍길동마저 정부인과 첩을 따로 거느린다는 점은 놀랍기만 하네요. 한마디로 첩 자체는 잘못된 제도가 아니고 이들을 불공평하게 처우하는 것이 문제라는 인식이 깔려있었어요.

 

이외에도 저자는 심청전에서는 심청이 그토록 야무진 것은 그 아버지인 심 봉사 덕분이라며 심청은 자기 몸을 인당수에라도 던져서 뭔가 돌파구를 마련하려 했지만, 그 많은 흥부의 자식들은 제 아비와 어미를 위해 품팔이 하나 나간 놈이 없다고 지적하고 있어요. 또 '열녀 함양 박씨전'에서 저자인 박지원이 혼인한 지 반년 만에 세상을 떠난 남편의 삼년상을 치르고 자결한 열녀를 칭송하는 듯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무모한 유교적 이데올로기에 대한 비판을 하고 있다고 해요.

 

참고로 이 책은 지난 2012년 출간된 ‘가족기담’을 전면 개정한 책이에요. 처음에 여기 나오는 고전들에 대한 목차 제목만 보고도 충격을 받았네요. 우리가 고전 속 교훈으로만 생각했던 내용을 이렇게 전혀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구나 하고요. 이 책을 통해서 우리가 알던 고전들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기회를 가졌어요. 우리 고전들에 대해서 관심있는 분들이라면 고전 원전과 함께 같이 읽어 볼 참신한 고전 해설서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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