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유럽

언젠가 유럽 - 도시와 공간, 그리고 사람을 만나는 여행
조성관 지음 / 덴스토리(Denstory) / 2020년 6월

이 책의 제목이 참 상징적이면서 중의적이네요. 저처럼 여행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현재 코로나19 정국에서 마음대로 여행가지 못하는 상황이 풀리기 바라는 간절함이 담긴 것처럼 느껴지네요. 이 책의 저자는 월간조선 기자를 거쳐 주간조선 편집장을 지냈고, 기나긴 언론인 생활을 거쳐 여행작가로 활동하는데 또 하나의 수식어가 ‘천재연구가’라고 하네요. 천재적인 연구가라는 뜻이 아니라 ‘천재’를 연구하는 연구자라고 해요. 이 책에서도 저자의 천재에 대한 사랑이 유감없이 드러나고 있어요.

저자가 이 책에서 소개하는 유럽의 도시들은 파리, 빈, 런던, 프라하, 베를린, 라이프치히 등 6곳인데, 모두 인류 문화사에 선명한 발자국을 남긴 인물들을 가장 많이 배출한 도시들이기도 해요. 그중에서 저자는 오스트리아 빈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그대로 드러내는데요. 알고보니 15년 전 저자가 빈을 여행하던 중 모차르트와 교감을 나누는 진귀한 경험을 하면서 도시 공간에 남겨진 천재의 흔적을 찾아다니는 여행을 시작했다고 해요. 그 후 이때부터 천재연구가 삶을 시작했고, 그 영감을 담은 첫 결과물로 '빈이 사랑한 천재들'을 발간했다고 하네요. 이후 프라하, 파리, 런던, 페테르부르크, 독일, 뉴욕, 도쿄 등을 두루 거치며 '도시가 사랑한 천재들' 시리즈를 펴내고 있어요.

저자는 코로나19 시대를 거론하면서 이러한 시대에 딱 맞는 여행자의 모습은 '개인주의 여행자'라고 정의해요. 감염을 막기 위해 비대면 접촉을 지키면서 사람들과의 교류보다 지적 희열을 추구하는 여행자를 말해요. 그런데 사실 개인적으로 여행에서 그 곳 사람들과의 교류를 못한다면 여행의 묘미가 많이 반감될 듯한데요. 요즘 여행을 간다면 저자의 방식으로밖에는 여행을 다녀야 하겠죠.

이 책은 각 도시에서 천재들의 발자취를 찾아다니는 것이 인상적인데요. 이 책의 마지막 편인 라이프치히 편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인 괴테의 흔적이 있는 곳을 찾아보는 장면이 너무 좋았네요. 특히 라이프치히 대학은 18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을 뿐만 아니라 괴테, 니체, 레싱, 바그너가 다닌 곳으로 유명한데요. 독일의 현 수상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이 학교 출신이라고 해요. 또 하나 놀라운 것은 500여 년 전인 1525년에 문을 연 괴테가 즐겨 찾은 맛집이라는 아우어바흐 켈러라는 식당이 아직도 영업을 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이 식당은 심지어 괴테의 파우스트에서도 언급이 되는데, 악마 메프스토펠레스가 주인공 파우스트와 거래를 마치고 데려간 장소가 바로 이곳 아우어바흐 켈러라네요. 그래서 유럽에 가면 반드시 가야할 곳 1순위로 정했어요.

사실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올 여름에 가족들과 유럽에 가 있었을 듯해요. 외국 여행은 동남아밖에 못했고 유럽을 꼭 가보고 싶어서 올해는 꼭 짬을 내서 가보려 했었죠. 이 책은 제가 가보려고 했던 유럽도시들이 모두 담겨있어서 저와 제 가족들의 아쉬움을 간접적으로나마 달래줄 수 있는 책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