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1,2

[세트] 기억 1~2 - 전2권 (특별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5월

이 책은 사실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2018년 발표했던 작품으로 원제는 <판도라의 상자>라고 해요. 저는 아주 예전에 우리나라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던 <개미>부터 작가의 팬이 되어서 열심히 작가의 다양한 작품들을 읽어 왔는데요. 이 책에서는 어느 때보다 작가가 쏟았을 정성을 많이 느낄 수 있었던 책이라, 기대했던 만큼 읽은 보람을 가져갈 수 있었던 책이었어요.

저희 할머니가 독실한 불교 신자이셔서 늘 전생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곤 했는데요. 사실 불교신자가 아니라도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전생 아니면 내생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을 거예요. 이 책은 바로 우리의 전생을 다루는 책으로 전생뿐만 아니라 전생과 관련해서 우리 삶에서 ‘기억’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해주게 해주는 책이에요.

사실 기억에 대해서는 요즘 크게 늘어나서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치매 환자들을 생각해 보면 생각해 볼 수 있는 점이 많은데요. 제 경우는 예전에 본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나 장수상회 그리고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노트북에서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게 해주는 기억의 중요성이 깊이 각인되었어요. 이 책에서도 정체성에서 기억이 얼마만큼을 차지하는지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기억을 만들고 유지하는지를 전생이라는 소재를 통해 흥미롭게 풀어나가는 책이라고 볼 수 있네요.

이 책은 우연히 센강 유람선 공연장 ‘판도라의 상자’에서 퇴행 최면 대상자로 선택된 주인공인 고등학교 역사 선생님인 르네 톨레다노가 자신의 전생을 들여다보면서 시작돼요. 최면에 성공해 무의식의 세계로 들어간 주인공은 자신에게 총 111번의 전생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요. 주인공은 보통 사람은 접근할 수 없는 심층 기억에 도달하지만 현실에서는 정신병자 취급을 받으며 경찰에 쫓기는 처지에 놓이게 되는 상황 속에서 이야기가 전개돼요.

앞에서 보았듯 이 책은 전생을 단순히 ‘이전 삶’이 아니라 우리 정체성을 유지하는 기억의 한 부분으로 현재의 삶을 구성하면서 동시에 현재는 시간을 거슬러 전생에 개입하는 형식으로 연결시키고 있어서 더욱 흥미로웠어요. 소설은 르네의 전생 탐험과 지금의 르네 삶을 교차해 나가면서 1차 세계대전이나 고대 로마, 캄보디아, 인도 그리고 신화 속의 섬 아틀란티스까지 시공간을 초월한 다양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어요. 그렇지 않아도 이 책이 번역되지 않는지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번에 번역 출간이 되어 즐겁게 읽었네요. 부담이 없고 흥미로운 소재라 가족들과 같이 돌려 읽기에 좋은 책이라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