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는가 - 우리를 교묘하게 조종하는 경제학에 관한 진실
조너선 앨드리드 지음, 강주헌 옮김, 우석훈 해제 / 21세기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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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 스미스가 창시한 초기의 경제학은 지금의 경제학처럼 수학과목 같이 복잡하고 어려운 학문이 아니었다고 해요. 당시 전 세계를 상대로 식민지를 경영해가며 해가지지 않는 나라로 최고의 시기를 보내던 영국의 자본주의 메커니즘을 연구하면서 만들어진 학문이라 오히려 철학에 가까운 사회과학이라고 보여요.

 

실제로 아담 스미스는 논리학과 도덕철학 담당 교수로 강의했다고 해요. 이 책은 피상적인 수학교과서 같은 현대 경제학 교과서의 가르침에서 벗어나 경제학의 창시자인 아담 스미스가 말한 노동가치론 즉 부의 원천이 노동이라는 명제에 충실하여 현대 경제의 모순을 밝히고 있어요. 아담 스미스의 유명한 노동가치론대로라면 일을 하면 부유해지고, 일을 안 하면 가난해져야 하지만 작금의 현실은 그와 너무 다르죠.

 

저자는 이처럼 도덕과 노동을 중시하며 탄생한 경제학이 소위 자유주의 경제학을 주창한 하이에크나 프리드먼 등 ‘경제학을 타락시킨 원흉’ 등에 의해서 타락했다고 주장해요. 먼저 경제학에서 ‘인간을 합리적’이라고 규정한 것부터 문제라고 지적해요. 현실에서 인간은 수많은 감정에 휘둘리고 비합리적으로 행동할 때가 부지기수인데 인간을 합리적이라 가정함으로써 과학적 허울을 씌우는 것부터 잘못됐다고 강조하고 있어요. 나아가 현대 주류 경제학이 전제하는 완전경쟁시장이란 존재하지 않는 허구의 가정일 뿐이며 소위 아담 스미스가 말한 보이지 않는 손의 실패에 대해서 그 원인과 그에 의해 왜곡된 시장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어요. 결국 시장에는 숫자만 있고, 시장이 효율적이라는 것은 잘 교과서에 수리적으로 잘 ‘정리’된 거짓말일 뿐이라는 것이죠.

 

최근에 공장이나 건설 현장 등에서 사고가 많이 나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죽거나 다치는 일이 비일비재 한데요. 저자에 따르면 이러한 일도, 공장에 안전장치를 설치하는 데 드는 돈이 노동자가 다칠 때 치러야 하는 비용보다 많다면 그저 모른 체하는 게 낫 무임승차를 영리한 행동으로 여기고 생명의 가치보다 비용을 따지는, 현대 경제학의 영향으로 볼 수 있겠어요. 한마디로 완벽한 합리성과 효율적인 사고방식을 강조하는 경제학적 개념이 경제학을 뛰어넘어 인간의 사고방식과 일상으로 파고들며 우리의 삶과 문화를 바꾸고 타락시키고 있다는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라 하겠네요.

 

결론적으로 저자는 오늘의 세계를 경제학적 사고와 법칙에 따라 통제되고 움직이는 '경제학 제국주의의 시대'라고 규정하며, 도덕적인 문화 같은 강력한 틀 안에 묶어두지 않는 한 시장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므로 시장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 주장하는 경제학에 고삐를 채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요즘 코로나 사태에 대해 의사 외에 각종 경제 전문가들이 나와서 분석을 하고 모든 것이 경제 전문가 위주로 해설이 되는 것을 보며 정말 그럴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네요.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정말 와 닿았어요. 사실 수학적인 분석을 주로 하는 현대 경제학이 어렵기도 하지만 과연 현실을 얼마나 반영할까?라는 의문을 계속 가지게 되는 데요. 이 책은 그러한 의문점을 속시원하게 풀어 주는 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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