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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프 푸셰 - 어느 정치적 인간의 초상, 전면 새번역 ㅣ 누구나 인간 시리즈 2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정상원 옮김 / 이화북스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조세프 푸셰는 1759년 프랑스 낭트에서 선원의 아들로 태어나 1820년 이탈리아 트리에스테에서 숨을 거두기까지 파란만장한 기회주의자의 삶을 이어간 인물이라고 해요. 수도원의 수학 교사였던 그는 프랑스 혁명이 발발하자 고향인 낭트에서 국민공회의 의원이 되었고, 정보와 공작을 총괄하는 경무대신으로 권력투쟁에서 끝까지 살아남았어요.
그는 늘 신중했고, 어둠 속에서 움직였으며 동물적 감각으로 바람의 방향을 정확하게 예측해서 피비린내 나는 프랑스 대혁명 와중에 지롱드파(온건파)에서 자코뱅파(급진파)로 공화주의자에서 제정주의자로 다시 왕당파로 현기증 나는 변신을 거듭하며 항상 이기는 쪽에 섰다네요.
프랑스 대혁명의 폭풍 속에서 로베스피에르, 당통, 데물랭 등 빛나는 주역들이 모두 단두대의 이슬이 되거나 추방당했지만 그만은 건재하게 권력의 중심에 있었고 제정 막판에는 나폴레옹 황제마저 루이 18세에게 팔아넘기고 일신을 보전했다고 전해요. 이러한 푸셰의 삶을 저자는 1790년에는 수도원의 교사였고, 불과 2년 후엔 교회의 겁탈자가 되었으며, 1793년엔 공산주의자로 변신했고, 그로부터 5년 후에는 백만장자가, 그리고 10년 후에는 오트란토 공작, 그리고 마침내는 임시내각 수반으로 권력의 1인자가 되었다고 신랄하게 요약해요.
탁월한 소설가이자 전기작가인 이 책의 저자 스페판 츠바이크(1881~1942)는 수많은 전기와 역사서를 통해서 역사 속에 묻혀 있는 인물들을 끄집어내 내면세계와 심리적 갈등까지 입체적으로 그려내는 재능을 보여 왔는데요. 이 책에서는 그러한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어요. 흔히 “역사는 승리자의 기록”이라고 하죠. 그러나 역사는 언제나 왕과 영웅들만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이면에는 실제 주인공들이 숨어 있기 마련이에요.
츠바이크는 이 책에서 역사의 장막 뒤에 숨어 있던 잘 알려지지 않은 프랑스 혁명 막후 권력자 조제프 푸셰를 세상 밖으로 끌고 나와 우리에게 소개하고 있어요. 이 책은 로베스피에르를 단두대로 보내고, 나폴레옹을 붕괴시키며 오로지 권력만을 향해 나아갔던 흑막의 정치가로 끊임없는 변신하는 푸셰의 생애를 추적하여 그의 심리적 내면세계와 각 인물간의 갈등구조를 생동감 있는 문체로 그려내고 있어요. 무엇보다도 어느 소설보다도 재미가 있네요.
예전에 스테판 츠바이크의 전기를 읽고 감탄했었는데요. 이번에 새로 나온 이 책을 읽으니 감회가 새롭네요. 츠바이크만의 필력과 프랑스 역사를 느껴보기에 좋은 책이라고 생각해요. 무엇보다도 우리가 알아야할 프랑스 대혁명의 역사와 인물에 대한 책으로 역사를 공부하는 학생을 비롯한 온가족들과 함께 읽기 좋은 책이라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