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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문화 답사기 : 진도·제주편 - 치열한 생존과 일상을 기록한 섬들의 연대기, 2020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 ㅣ 섬문화 답사기 시리즈 4
김준 지음 / 보누스 / 2019년 9월
평점 :
국내에서 여행 하면 제주도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네요. 요즘 제주도 여행을 자주 다니지만 못 내 아쉬운 것은 아직도 제주에 대해서 제대로 경험하지 못하였다는 생각 때문이에요. 이 책은 저처럼 제주에 대해서 더 깊이 이해하고픈 겉핥기식의 여행만으로 못내 아쉬운 제주에 대해서 특히 제주도와 그 주변 섬의 문화에 대해서 안내해 주는 책이라 하겠어요.
사실 이 책은 총 8권으로 기획한 ‘한국 섬총서’ 프로젝트의 첫 번째 권 [여수, 고흥편]과 [신안편], [완도편]에 이은 네 번째 책이에요. 진도로 대표되는 진도 권에 있는 섬들과 제주 본섬과 그에 딸린 9개 섬의 일상과 자연에 맞선 투지를 기록한 이 책은 새로운 해양문화의 보고서이자 섬의 미래를 탐색한 자료집으로서의 가치도 높다고 하네요.
사실 이 책에는 의외로 훨씬 큰 섬인 제주보다 진도에 대해서 더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어요. 나아가 진도와 제주를 한데 묶었다는 것 자체가 독특했네요. 저자는 인천에서 시작된 뱃길이 서해안을 따라 내려와 진도 서쪽 조도군도를 지나 제주도로 이어지고, 목포에서 시작되는 뱃길도 진도와 해남 사이 울돌목을 지나 제주도로 이어진다고 해요. 옛날에도 삼별초부터 근현대사로 이어지는 질긴 끈이 있었듯이 그 뱃길은 유효했는데, 특히 쌀과 소금이 부족한 제주에서 미역과 귤을 가지고 들어왔던 곳도 진도, 해남, 완도였다고 지적해요.
특히 섬문화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이 책에서 진도가 많이 나오는 이유는 진도가 민속의 보고로 죽은 자를 불러 산 자를 해원케 하는 진도씻김굿의 지혜도 바다에서 태동하고, 씻김굿이나 다시래기, 만가 그리고 남도들노래 등이 마을과 골목에서 불리는 곳이기 때문이라고 해요.
제주도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제주해녀를 필두로 세계농업유산인 밭담, 오래된 포구와 원담, 집안에 들여놓은 우영팟 그리고 몸국 등 제주인의 삶과 지혜가 끝이 없이 펼쳐지는 곳이라고 해요.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제주의 속살과 가치에 공감하며 돌, 물, 한라산, 오름, 바다, 음식 등에 제주사람들의 아픔과 기쁨까지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와 문화를 같이 나누고 싶었다고 해요.
진도하면 한국민요를 대표하는 아리랑 중 백미인 '진도아리랑'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저자는 진도아리랑은 그 자체로 민중시이자 민족 음악이며 민속 음악으로 섬사람의 삶을 잘 표현해 남도 전체의 민요를 상징한다고 지적해요. 또 진도는 많은 예인들과 무형문화재를 배출한 곳으로 간척지가 많고 육지 농사가 많이 행해지고 있어 '섬 같지 않은 특징을 지닌 섬'이라고 불린다고 해요.
특히 저자가 제주도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으로 꼽은, 큰 화산암에 새겨진 '천년기념비'가 반기는 비양도의 경우 물질하는 잠녀들이 이용하는 보행기가 해안도로에 늘어서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해요. 제주도의 많은 섬 가운데서도 외지인 때문에 생긴 몸살을 가장 늦게 앓은 곳이라 제주다운 섬이었는데 이제는 옛이야기가 되어가는 것 같아 안타까워하네요.
사실 이 책을 받고 제일 먼저 펴본 곳은 북제주군 우도면 ‘쉐섬’이었어요. 제가 가본 곳 중에 가장 감명 깊었던 곳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죠. '섬 모양이 누운 소와 같다'는 옛 기록에서와 같이 일찍부터 '소섬'(쉐섬)이라 불렸던 우도(牛島)를 책에서 저자의 사진과 설명으로 보니 또 남달랐네요. 다시 우도를 방문했던 그 때 그 감동이 되살아났어요.
저자는 제주에서는 자연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공동체 문화를 곳곳에서 엿볼 수가 있다고 해요요. 대표적인 것이 서귀포의 대평리 '케매기 문화'와 사계리 '베늘 문화'라고 해요. 방목을 주로 하는 제주의 말과 소가 밭이나 묘지 또는 집 등을 넘나들곤 하는데요. 대평리처럼 담 쌓을 돌을 구하기 쉽지 않은 곳을 중심으로 공동으로 '케매기'를 조직하고, 밭이 잘 보이는 곳에 관리 망대를 만들고 '켓집'이라는 관리인을 두었다고 해요.
제주도를 가족들과 격년 정도로 가는 편이에요. 갈 때마다 늘 새로운 제주도의 모습에 놀라곤 해요. 또 진도도 몇 년 전에 가봤는데, 또 가 볼 계획이네요. 그렇지만 단기 여행객 입장에서 피상적으로만 그 섬들을 보고 올 수 밖에 없는 한계가 있었어요. 이 책을 통해서 여행 가고픈 그 섬들과 문화에 대해서 좀 더 깊이 알 수 있었어요. 이제 네 권 째로 여덟 권까지 나온다고 하는데요. 사라져가는 국내 섬문화를 심층적으로 다룬 한 권 한 권 정말 대단하면서 귀한 책이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