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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감정에 관한 생각 - 동물에게서 인간 사회를 읽다
프란스 드 발 지음, 이충호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9년 8월
평점 :
품절
동물에게 감정이 있는가 없는가는 오래된 논쟁이라고 해요. 그렇지만 개나 고양이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살아본 사람에게는 너무나 당연해 물을 가치도 없는 질문일 듯해요. 요즘 <나쁜 개는 없다>라는 교육방송 프로그램에서 쉽게 볼 수 있듯이, 동물들도 성격이 다 다르고 기분이 나쁘면 나쁘다고 기분이 좋은 좋다고 다 표현을 하는 것을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러나 과학계에서는 사람 이외의 동물을 본능에 따라 기계적으로 반응하는 자동장치처럼 간주하는 오랜 인간중심주의 전통이 있었다고 해요. 이러한 완강한 인간중심주의의 도그마가 최근 흔드는 세계적 영장류학자이자 대중적 저술가가 바로 이 책의 저자에요. 이 책의 시작은 암컷들의 우두머리로 군림한 59살의 침팬지 마마가 죽음을 앞두고 40년 지기 인간 친구 얀 판 호프와 극적으로 이별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데요. 생애 마지막 갈림길에 선 마마는 친구의 목을 감싸 안고 토닥이며 얼굴 가득한 미소로 작별 인사를 건네는 모습이 너무 감동적이었어요.
저자는 이러한 사례들을 통해서 인간과 모든 동물이 진화적으로 공통된 몸과 감정을 가지고 있으며 서로 연결돼 있다고 확신해요. 다른 동물들에게 없는 인간만의 기관이라는 것은 없으며 이는 감정 부분에서도 마찬가지라는 뜻이죠. 그렇게 이 책은 감정 부분에 초점을 맞춰 인간과 동물 행동의 유사성과 연속성에 대해 들려주고 몸이 정신보다 열등하다는 기존의 과학적 편견을 비판하고 있어요. 오히려 여러 가지 과학적 근거를 보았을 대 동물의 감정이 인간의 어떤 감정보다 더 섬세하고 사회적이며 그 진화의 역사 또한 인간보다 깊다고 해요.
사실 인간 등 영장류로부터 물고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명체가 오랜 세월 동안 생존해온 데는 혼자가 아닌 협력의 힘이 있었는데요. 이들은 개인행동이 아닌 집단행동을 통해 자신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진화했는데, 그 핵심에는 바로 감정이 있어서 이 감정이 우리를 진보시켰을 뿐 아니라 난처한 상황에서 적절한 결정을 하도록 도왔다고 지적해요. 여기서 저자는 침팬지, 개, 고양이, 조류, 말, 설치류, 물고기뿐 아니라 심지어 갑각류와 식물에 이르는 모든 생물을 직접 관찰하고 실험한 결과를 통해 동물에게도 웃음, 미소, 얼굴 표정, 감정 표현, 공감과 동정, 혐오감, 죄책감, 수치심이 있음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어요.
이 가운데 특히 인간과 보노보 및 침팬지는 같은 호미니드(Hominid·사람과)로서 600만년이라는 오랜 역사적 배경을 공유하며 동등하게 진화해왔어요. 이들 간의 가장 흔한 공감 표현인 포옹의 경우, 방금 전에 싸움에서 진 보노보 친구를 따뜻이 안아주는 보노보의 모습은 가장 흔한 공감 표현인 위로를 잘 보여줘요. 싸움 뒤 화해하거나 오래 떨어졌다가 다시 만난 침팬지들이 진한 키스로 반가움을 표기하는 모습 역시 감동적이기까지 해요.
저자는 "동물을 기계처럼 취급하는 것을 멈추고, 인간만이 감정이 있다는 자만심을 버리라"고 거듭 촉구한다. 나아가 동물과 공존하자고 권유한다. 넓게 보면 인간과 동물은 이 지구상에서 현재라는 시간을 함께 살아가는 가족이자 동료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인간을 포함한 거의 모든 동물의 감정이 생존의 필수요소라고 말해요. 이 책에서 소개되는 다양한 사례들 예를 들어서 연상 암컷을 선호하는 수컷이나 동족의 죽음을 애도하는 침팬지, 물고기의 우울증, 고양이의 가짜 분노, 박애주의 정신의 보노보 등 다양한 일화를 통해 감정이 인류가 번성할 수 있었던 강력한 진화의 무기임을 강조하고 있어요. 이렇듯 인간과 모든 동물이 진화적으로 공통된 몸과 감정을 가지고 있으며 서로 연결돼 있다고 해요.
그리고 부분적으로는 식물에도 인간과 비슷한 감각과 행동이 있다고 보며 감정이 우리 몸의 기관과 같다는 조금 놀라운 주장을 펴기도 해요. 요즘 반려 동물을 키워 보신분들이라면 다 아시겠지만 동물들도 다 기분이 좋았다가 나빠지기도 하고 쾌활하기도 하고 낯을 가리는 등 성격과 감정을 다 가지고 있지요. 이 책이 그러한 동물들의 감정을 중심으로 동물들과 그 진화에 대해서 과학적으로 분석해서 잘 알려주는 책이라 가족들과 함께 읽어보면 좋은 책이라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