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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하는 뇌 - 뇌과학자와 예술가가 함께 밝혀낸 인간 창의성의 비밀
데이비드 이글먼.앤서니 브란트 지음, 엄성수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7월
평점 :
저도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요. 이 책의 공저자 인 데이비드 이글먼이 '뇌과학계의 칼 세이건'으로 불릴 정도로 아주 촉망받는 뇌과학계의 스타 과학자였네요. 그래서 이 책도 단순히 뇌과학에 대해서 서술하거나 창조력을 키우는 방법을 논하는 실용서가 아니라, 작곡가이자 대학교수인 공저자와 함께 피카소에서 비틀스, 스티브 잡스에 이르기까지 창조적 예술품과 혁신적 발명품을 들여다보며 뇌와 창의성의 비밀과 그 뿌리를 철저히 파헤친 책이에요.
이 책을 읽어보니 저자들의 주장의 핵심은 모든 창의적인 것에는 나름대로 족보 또는 계보가 있다는 것이에요. 예를 들어 자동차 생산과정 전체를 한 지붕 아래로 모았던 헨리 포드의 혁신적인 조립 라인은 ‘호환 가능한 부품’으로 이뤄진 무기를 미군에 공급했던 19세기 초 미국의 기계 발명가 엘리 휘트니의 아이디어가 있었기에 가능했고요.
2001년 애플이 선보인 아이팟(iPod)은 22년 전에 영국 발명가 케인 크레이머가 음악의 형태를 디지털로 바꾸고 이를 휴대용 기계로 재생하는 방법을 고안을 고안해서 설계도까지 만든 휴대용 디지털 음악 재생기 IXI로부터 나온 것이라고 해요. 결국 당시 이용 가능한 하드웨어 메모리는 노래 한 곡을 저장할 용량밖에 되지 않는 등 여러 가지 제약으로 크레이머는 상품화에는 실패했어요. 세월이 지나 애플의 엔지니어들이 보다 발전된 메모리와 소프트웨어, 더 세련된 자재 등을 통합해 내놓은 게 아이팟이라네요.
그렇다면 인간의 창의성의 근원은 무엇일까요? 저자들은 인간 뇌는 변화된 상황에 적응하는 동시에 적응된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일탈하는 창의성’과 경험이라는 원재료를 흡수해 조정한 다음 새로운 걸 만들어내는 ‘인지 유연성’을 갖고 있어서, 반복과 익숙함에 둔감해지고 예측 불가한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해요.
즉 인간은 자신의 경험과 주변의 원재료를 토대로 세상을 리모델링하는데요. 저자들은 인간의 뇌가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즉 리모델링하는, 휘기(bending)와 쪼개기(breaking) 그리고 섞기(blending)의 3B라는 세 가지 전략을 제시하고 있어요. 휘기는 마사 그레이엄의 혁신적인 안무, 건축가 프랑크 게리가 설계한 곡선 형태로 휘어진 건축물 등에서 보이듯이 기존에 있던 것의 원형을 변형하거나 뒤틀어 본래의 모습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에요.
쪼개기는 통신 지역을 셀(cell)로 나눠 휴대폰의 기반을 만드는 것이나 하나의 화면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수백만 개의 미세 결정으로 이뤄진 LCD TV 기술에서 보이듯이, 하나의 원형을 해체해 조각조각 나눈 뒤 새로운 창조의 재료로 삼는 전략이에요.
섞기는 인류 문명의 비약적 발전에 기여한 합금 기술이나 서로 다른 유전자 조직을 하나의 개체에 담는 유전공학 그리고 과거 음악의 노랫말과 멜로디·후크·리프 등을 수정하고 섞어 새로운 노래를 만든 힙합 등에서 쉽게 볼 수 있듯이, 두 가지 이상의 재료를 새로운 방식으로 결합하는 전략이라고 해요. 단독으로 혹은 결합해서 가동되는 이 세 가지 전략을 통해서 무한한 변신과 재창조가 과학, 기술, 예술, 문학 등 모든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어요. 저자들은 현재 주변에 있는 것들을 휘고, 쪼개고, 섞어서 내일을 위한 기초공사에 당장 나서라고 조언해요.
우리가 학습을 하거나 예술활동을 할 때 한계에 달할 때가 있어요. 그럴 때 더욱 더 창의적일 수는 없을까? 더 효율적으로 뇌를 사용할 수는 없을까하고 궁금해 하죠. 이 책에는 저자들이 뇌의 작동 원리를 공통 연구 주제로 삼아서 로봇, 컴퓨터, 건축, 인공지능부터 문학을 통해 뇌의 비밀을 명쾌하게 알려 창의성의 근원을 철저하게 분석하여 그 답을 제시하고 있어요. 상당히 심오해 보이는 내용이지만 수많은 역사적 사례를 통해서 쉽게 설명하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