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근처에 살아서 우리 동네에는 여행업, 항공업 종사자들이 많다. 그래서 오랫동안 집을 비우는 이웃들이 종종 있다. 오래도록 수거되지 않는 택배 상자들을 보며, 그들의 출타를 짐작한다. 그런데 이 책을 읽은 후, 한 달이 넘게 집 앞에 택배가 그대로 있는 집을 유심히 바라보게 되었다.
다행히 아무 냄새도 나지 않는다.
택배 봉투 역시 그렇게 값진 것이 들어가 있지는 않아 보인다.
나는 그녀가 본가에 머무르는 것이겠거니, 애인의 집에 기거하는 중이겠거니, 혹은 긴 여행을 떠났기를 바란다.
책에서도 비슷한 에피소드가 나온다. 옆집에 배달될 햄버거 세트가 몇 날 며칠 그대로 있는 것을 보고 저자는 죽음의 냄새를 맡고 불안해한다. 다행히 이튿날 새벽, 그녀의 귀가를 알리는 반려견들의 우렁찬 울음을 듣고 저자는 안도하며 다시 잠을 청한다.
죽음이라는 것이 일상에 이렇게 밀접한 삶이라니, 남들은 애써 생각하려고 하지 않은 특수한 상황을 정리하는 삶이라니. 얼마 전 목격한 로드킬에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나로서는 그 묵직함과 우직함, 담대함에 감복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