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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왜왜 동아리 ㅣ 창비아동문고 339
진형민 지음, 이윤희 그림 / 창비 / 2024년 10월
평점 :
어른과 아이의 관계는 일반적으로 수평관계보단 수직관계를 띤다.
아이는 미숙하고 경험이 없어 모르는 것이 많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경험이 많은 어른의 보호를 받고, 어른의 지시를 따르는 게 당연한 수동적 존재로 여기는 이들이 많을 거라 본다.
특히 높은 위치와 강한 권력을 가진 어른을 대상으로 아이는 더욱 작은 존재가 된다.
아이들을 위해 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고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치인도 마찬가지며, 지역 시장이 내린 결단이 모두 옳은 결과라고 단정할 수 없다.
이는 대부분이 공감할 수 있을 거다.
문제를 해결하겠다, 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해서라는 명분 하에 국민들의 의견을 배제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과 명예를 앞세워 본인의 이득만을 취하는 어른들이 많은 현실이다.
시간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는 사회 문제에 소설은 제목과 함께 강력한 질문을 날린다.
오늘만 사는 게 아닌 미래를 살아가는 당사자인 아이들의 목소리로 말이다.
아이들은 머리를 모아 질문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주체성을 갖는다.
그러곤 정당하게 피켓을 들고 어른들 앞에 맞선다.
이 과정을 담은 소설은 결코 아이들만을 위한 동화가 아니다.
무책임한 태도를 일관했던 어른들을 일깨워 주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소설이라고 감히 확신할 수 있다.
아이들에게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
주인공 록희의 아버지는 록희와 아이들이 살고 있는 마을 '용해시' 시장이다.
자꾸만 발생하는 산불 때문에 여러모로 생활을 위협받고 있는 상황 속에서 용해시 시장인 록희 아버지는 석탄 발전소를 세우겠다는 선언을 한다.
뭐든지 파헤친다는, 록희를 포함한 '왜왜왜 동아리' 학생들은 석탄 발전소가 들어서면 발생되는 문제를 짚고 판단한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삼해시 푸른 바다와 집, 꿈, 가족을 지키기 위하는 목적 하나만으로.
소설은 점점 더 심각해지는 기후 문제를 두고 무엇보다 가장 소중하고 중요한 가치를 상기시킨다.
어른들은 지켜야 할 소중한 것들을 앞에 두고, 그저 금전적 이득에 눈이 멀었다.
아이들은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아이들의 시선에만 보이는 것이다.
기후 문제에 무감각해진 어른들을 깨우치게 만드는 건 오로지 '왜왜왜 동아리' 아이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소설은 오직 아이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아이들이 해결할 수 있는 사회 문제를 보여준다.
주체적인 아이들
'왜왜왜 동아리' 아이들은 자신들에게 소중한 게 무엇이고, 어떤 삶이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지 잘 알고 있다.
이들에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게 있다.
소중한 마음에 대해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 마음을 단단히 할 수 있었기에 행동으로 실천할 수 있던 것이다.
너무나도 간단하고, 올바른 판단이 무엇인지 바로 알 수 있는 것이다.
소설 속 어른들처럼 대한민국 사회문제에 무기력한 태도를 일관하는 현대인들이 많이 보인다.
그런 무책임한 어른들에게 의문을 갖고,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이 직접 나서서 자신들이 살아갈 세상을 만들기 위해 내디는 발자국이 담긴 문장들을 보고 정말이지,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수가 없을 거다.
점점 더 커지고 강해지는 아이들
아직 사회에 내던져지지 않은 아이들은 어른들에 비해 자기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직관적으로 말할 수 있다.
소설 속 아이들은 자신의 권리와 주장을 정당하고 건강하게 표출한다.
나아가 어른들과 싸우는 과정을 즐긴다.
비록 우리 현대인들의 문제점을 비추고 있지만, 아이들의 주관을 억압하지 않고, 어른이라는 권력을 이용해 아이들의 실천을 막지 않는 환경이 있었기에 아이들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데 어느 정도 몫을 했다고 본다.
아이들이 어른들과의 싸움을 즐길 수 있는 건 본인들도 이러한 과정을 통해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다는 걸 몸소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쉽게 포기하지 않고, 힘을 합쳐 우리가 살아갈 세상을 만드는 일.
우리를 위한 일.
이건 누군가 대신해 줄 수 없다.
소설을 읽는 어른들이 한참 어린아이들에게 정말 값진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이 직접 권력과 명예를 가진 어른들에게 맞서는 이야기는 나는 처음 봤다.
아이들의 시선으로 전개되었기에 나올 수 있는 문장들은 정말 주옥같다.
위에서 언급했지만 이건 아이들만을 위한 동화가 아니다.
이 책은 아이들이 직접 자신의 가능성과 주체성을 찾는 데 도움을 주는 것에는 물론이며, 어른들은 아이들의 대사 한 마디 한 마디에 펀치를 맞은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이 책의 가치를 알아 아이들에게 건네는 것과,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의 실천에 힘을 실어 등을 떠밀어주는 건 어른들의 몫이다.
연령대와 무관하게 주변인들에게 꼭 추천해 주고 싶은 동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