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해킹 - 사교육의 기술자들
문호진.단요 지음 / 창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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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해당 도서 마케팅이 지금껏 보지 못한 형식이라 흥미를 자극했다. 가제본이긴 하지만 표지도 너무 독특했고, 서평단 미션 방식도 책 목적성에 맞춰 콘셉트가 있는 것도 매력적이었다. 얼마 만에 써보는 OMR, 필적 확인란인지 반갑기도 했고 감회가 새로웠다.

솔직히 수능을 본 게 거의 4년 전이기도 하고, 지원하려는 학과 입시 방식상 수능이 크게 영향을 주지 않아서 수능 준비 사교육을 받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수능에 대한 기억이 그렇게 많지 않다.

그래도 함께 온 작가님들의 편지에서 개인의 특별한 경험이 담긴 방향으로 서평을 부탁한다는 말씀에 최대한 기억을 되살려봤다.

수능을 거쳐온 이들의 직접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수능과 입시 제도의 문제점을 정확히 짚고, 잃어버린 본래의 목적을 되살려야 한다는 책의 주제의식을 더욱 부각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서평을 작성해야 할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게 평가원도 교육부도 외부의 동력이 발생해야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국민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이 책이 이를 자극하는 큰 역할을 할 것이란 걸 확신한다.


본래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취지는 사고력을 중심으로 한 학력을 평가하는 시험이었다. 학벌을 중시하는 사회가 된 이상 해가 바뀔수록 본래의 취지가 희미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의 수능은 어떨까. 사고력 평가 시험으로서 기능이 완전히 보존된 것도 아니고, 지식 암기형 시험도 아니라고 한다.

책은 '루빅스 큐브' 게임을 빗대어 수능 해킹을 풀이한다. 핵심은 사고력이나 논리력 자체는 암기가 아닐지라도 논리 흐름과 접근법을 외우는 것은 가능하다는 말이다.

수능은 이렇게 퍼즐을 풀 듯 반복되는 공식을 머리에 익혀 그 공식을 모두 마스터한 자만이 고득점을 받을 수 있다.

수능 시험을 치러온 자들은 물론이고, 앞으로 수능을 치를 자들, 그들의 학부모들도 모두 이를 인지하고 있음에도 묵인하고 있다.

사교육 업계가 해온 일이 진정한 교육이 아니라 수능 해킹이어도 말이다.


이러한 문제에 평가원의 개입이 없었던 건 아니다. 다만 해킹을 막으려는 목적으로 개입한 건 아니다. 그저 표현만을 손보는 수준에서 멈춘다. 하지만 그들의 입장을 아예 못하는 건 아니다. 그들도 공무원 조직이므로 지금껏 해왔던 방식을 유지하며,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어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예측 가능한 문항, 정형화된 문항을 안정적으로 파고드니 패턴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과목에서 문제풀이 테크닉이 강조된다.

하지만 이는 도리어 학생들의 부담을 늘리고 사교육 유인을 증가시킨다. 여기서 퍼즐 풀이 난이도가 더욱 어려워질 뿐이다. 그럼에도 학생들은 이러한 방식을 선호한다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2014년 이전처럼 원리와 개념 위주로 출제한다는 선택지가 배제된 상황 속에서 결론적으론 사교육 의존도가 점점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학문과 전혀 관계없는 것을 가르치는 사교육에 오로지 의존한다는 말이다.

덧붙여 본문의 말을 빌려 말하자면, 말 그대로 공교육이 문제풀이 테크닉과 찍는 방식을 가르치진 않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어쩔 수 없다고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본문에서도 나왔듯, 수능을 응시하는 학생들도 현재 수능 입시 제도에 위화감을 느낀다.

다만 이러한 제도에 따라야 할 수밖에 없는 건, 좀 더 넓은 범위에서 학벌 중심 사회가 돼버렸기 때문이라고 조심스레 예측해 본다.

좋은 대학교에 가는 것에만 치중돼 있어 정작 본질적인 알맹이는 놓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수능 하나로 수험생들의 12년 학교생활이 그저 허무한 과정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 한 개인이 발전 가능성을 막아버릴 수도 있는 장애물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학교 공부와 수능 공부가 따로 노는 이 상황이 웃을 수 없는 블랙 코미디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수능 입시 제도가 각성하기 위해선 우리가 문제의식을 갖고, 퍼즐식 문제가 지금도 유지되고 있는 상황을 인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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