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생성되지 않는다 - 포스트 AI 시대, 문화물리학자의 창의성 특강
박주용 지음 / 동아시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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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을 둘러싼 시공간이 어떤 원리로 돌아가고 있는지 가만히 생각해 본 적이 있나.

나의 취미로 자리 잡은 음악, 영화, 미디어아트가 어떤 과학적 원리로 내게 감각과 전율을 전달하는 건지 생각해 본 적이 있나.

내가 흥미를 두고 있는 부분인 예술가의 창작 의도와 해당 작품에서 내게 영감을 줄 수 있는 부분만 집요하게 탐색하고, 해당 예술 장르가 어떤 과학적인 원리로 움직여 내게 이러한 감각을 와닿게 하는지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그래서 문화와 물리학이 어떻게 이어질 수 있나 하는 의문을 가득 품은 채로 책을 펼쳤다.

책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프롤로그에서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위대한 과학자, 위대한 예술가들을 작품과 업적을 알고 있는 것을 넘어 그 안에서 빛나고 있던 소망과 욕망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전혀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한 물리학과 문화가 어우러져 내가 재미있게 보고 누리고 있는 모든 미디어 콘텐츠들이 탄생한다는 사실이 새삼 새로운 발견이 되었다.

욕망에서부터 시작된 창의성이 얼마나 거대한지, 과학적 발견에서 시작한 인간의 창의성이 우리의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만들었는지 책에서는 다양한 사례와 여러 학자들의 관점으로 풀어낸다.

나아가 제목처럼 "미래는 생성되지 않는다" 의미 있고 가치 있는 미래는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구체적이고 논리적인 사례들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키워드들이 차례에 잘 나열되어 있다.


책 전반부에서는 위대한 문명을 가능케한 과학적 장치에 대해 풀어나가고, 후반부에서는 우리가 흔히들 가질 수 있는 예술에 대한 고정관념과 선입견, 우리나라 과학 서사가 더 나아가지 못하게 막고 있는 것에 대해 서술한다.

나아가 무한한 우주에서 유한한 인간이 과학과 문화 사이에서 어떻게 연결고리를 만드는지, 인간에게서 나오는 창의성 본질의 가치는 얼마나 거대한지 잘 개괄되어 있다.

때론 과학적 관점으로, 물리적 관점으로, 예술적 관점으로 서술돼 있어 독자로부터 하여금 특정 현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좀 더 넓혀준다.

이러한 힘이 다소 어려운 내용이더라도 이 책을 끝까지 놓지 못하게 만드는 힘이라고 생각된다.


책은 '변화'를 거듭해서 강조한다.

무한한 우주와 시공간을 작동하게 만드는 과학을 쉼 없이 탐구하는 인간들은 시대가 언제든 존재한다.

그런데 더욱 위대한 문명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막고 있는 것은 바로 선입견과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 인간들이다.

이를 날카롭게 지적하는 대목이 눈에 밟혔다.

우리가 문명을 누리며 사는 건 모두 인간들의 집요한 연구와 실행, 그리고 낭만적 사고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현실에서도 SF 창작물이나 미래 과학 기술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런 현실성 없는 이야기"라고 귀를 닫아버리는 이들이 많이 존재한다.

이는 스스로가 미래를 개척하는 운전자가 되기를 포기하는 것이란 걸 책은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자연과 우주의 경계에 서 미래를 개척하는 능동적인 자가 될 것인지, 나날이 발전하는 인공지능에게 마냥 수동적으로 이끌려 갈지는 스스로에게 달린 것이다.


유명한 과학자들과 물리학자들 그리고 예술가들의 업적과 여러 분야의 지식이 섞인 정보들이 나열돼 있는 책 속에서 작가가 가장 말하고 싶은 건 이것일 테다.

인간의 상상력과 사고력이 미래를 개척한다.

어떤 이들은 이것이 현실성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이 책을 읽고 난 후면 달라질 테다.

당장 우리가 흔히들 쓰고 있는 애플 제품도 모두 인간의 작은 상상력에서 생겨난 거대한 결과물이라는 걸 책에서 흥미롭게 풀어냈으니 말이다.

AI에게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겼다고 마냥 착각해 좌절하고 있는 자들에게 스스로 미래를 개척할 수 있도록 다시 일어나게 해줄 든든한 가이드가 돼 줄 책이라고 확신한다.

많은 이들이 이 책을 통해 이성과 감각, 과학과 문화, 질서와 무질서 서로 다른 성질의 공간에 한쪽으로 치우지지 않고

우리의 시공간을 더더욱 넓은 시야로 바라보며, 새로운 존재들을 이끌어낼 수 있는 미래의 운전자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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