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재팬 - 탈식민 동아시아의 감정의 정치학
리오 T. S. 칭 지음, 유정완 옮김 / 소명출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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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읽기 어려웠던 책. 그래도 다양한 영상, 텍스트로 동아시아의 반일 감정을 살펴볼 수 있는 뜻 깊은 독서 경험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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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 - 우리의 민주주의가 한계에 도달한 이유
스티븐 레비츠키.대니얼 지블랫 지음, 박세연 옮김 / 어크로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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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주의의 허점을 찔러 보는 서적. 반다수결주의, 필리버스터 등 흥미로운 얘기들이 있었지만, 한국과는 다른 정치상황으로 몰입도가 조금 떨어지는 부분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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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의 시간 - 제2차 세계대전 패망 후 10년, 망각의 독일인과 부도덕의 나날들
하랄트 얘너 지음, 박종대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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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을 쏜 사람은 책임이 없다. 대신 아들과 딸에게 책임이 옮겨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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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잔혹사 - 약탈, 살인, 고문으로 얼룩진 과학과 의학의 역사
샘 킨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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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서 과학자는 좋은 사람이다. 대개는 그렇다. 과학자는 차분하고 똑똑하며, 합리적이고 냉철하며, 주변 세계를 침착하게 해부한다. 하지만 클레오파트라 이야기에서 보듯이, 때로는 과학자도 집착에 사로잡힌다. 그래서 정상적인 것을 거꾸로 뒤집고, 고상한 탐구가 될 수 있었던 것을 어두운 것으로 왜곡시킨다. 이 주문에 걸리면, 지식은 단지 모든 것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그의 인생에 유일무이한 것이 된다."

"이 책은 사람들이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선을 넘어 범죄와 비행을 저지르는 원인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1. 저자 "샘 킨"은 과학의 잔혹한 면을 한편의 단편소설처럼 우리에게 보여준다. 클레오파트라부터 미래에 예상되는 과학 범죄까지. 클레오파트라는 아름다운 미모로 알려진 것과 다르게, 아주 냉철했던 것 같다. 그녀는 자궁 속의 아기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처음으로 확실히 구별할 수 있는 때는 언제인가를 궁금해했다. 여종을 강제로 임신시키고 태아를 꺼낸 이런 잔혹한 행위는 사소한 호기심에서 시작됐다. 과학이란 사소한 호기심으로도 윤리를 배반할 수 있다. 샘 킨은 클레오파트라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례로 과학의 이면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2. 책은 목차부터 아주 친절하다. 범죄소설 단편 선집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특히 3장의 "시신 도굴"은 과학의 광기를 보여준다. 과거 과학자들은 시신을 구하고 싶어 했다. 해부용 시신 부족은 곧, 매매로 이어졌다. 흔적을 남기지 않고 질식시키는 '버킹'은 시신 도굴꾼 윌리엄 버크에서 유래했다. 윌리엄 버크는 금전상 이유로 죽어가는 노인을 질식시키고 시신을 팔았다. 처음에는 "죽어가는"라는 이유를 붙이면서 소심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대범해진다. 보통 질식사는 흔적이 남기 마련인데, 버크는 흔적을 남기지 않고 깨끗이 처리했다.

"시신 도굴꾼은 대개 팀을 이루어 활동했다. 덜 정교한 도굴꾼은 공동묘지를 털었는데, 구덩이가 극빈자의 시체들로 가득 찰 때까지 지키는 사람도 없이 방치돼 있었다. 솜씨가 뛰어난 시신 도굴꾼은 훨씬 정교한 방법을 사용했다. 많은 도굴꾼은 여성 스파이를 고용해 병원과 구빈원에 심어놓고 사람들이 죽기를 기다렸다. 그러고 나서 스파이가 '어둠 the black'(도굴꾼 사이에서 장례식을 가리키는 은어)에 참여해 매장 위치를 알기 위해 '병원 침대 hospital crib'(묘지)까지 그 뒤를 따라갔다. 스파이는 흙 속에 묻어둔 용수철 작동식 총이나 건드리면 폭발하는 어뢰관 같은 부비트랩도 유심히 살폈다. 어떤 가족들은 덜 과격하게 잔가지나 돌, 굴 껍데기 같은 것을 무덤 표면에 특정 형태로 배열했는데, 누가 흙을 건드린 흔적이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스파이는 원활한 작업 진행을 위해 이 모든 정보를 시신 도굴꾼 일당에게 전달했다."

이처럼 저자는 각 주제마다 한 편의 범죄소설을 서술하듯이 독자에게 흥미롭게 설명한다. 다윈이 존경했던 댐피드의 이야기, 노예무역의 혜택을 받은 박물관, 비교적 윤리적인 처형을 위해 수많은 동물실험을 했던 에디슨의 전기 처형, 매독에 감염됐던 일반인을 치료해 주지 않고 실험한 의사들, 소련에 원자폭탄 정보를 넘긴 과학자 등, 많은 어두운 이야기가 있다.

3. 이 책의 정말 흥미로운 부분은 바로 독자에게 생각할 거리를 준다는 것이다. 딜레마라 설명하면 조금 잔혹한 부분일까? 저자는 의사들의 이러한 비윤리적인 실험을 단편적으로 '악행'이라고 매도로 책을 매듭짓지 않는다. 시신 도굴을 통해 불법적으로 해부로 해부학의 발전이 오고, 비윤리적인 매독 실험은 나치 이후의 유의미한 결과를 가져다줬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50명을 비윤리적으로 실험해서 500명 아니, 5000명의 목숨을 살릴 수 있었다. 이것이 '과학의 잔혹사'이지 않을까? 우리가 알다시피 전쟁은 과학의 발전을 가져온다. 망망대해를 헤매야 했던 폭격기 조종사를 위해 GPS, 항공 장치, 레이더가 발전한 것처럼. 누군가의 피는 누군가의 삶으로 이어졌다. 저자 샘킨이 말하고자 했던 부분이 바로 이런 것 아닐까? 과학의 비윤리적인 부분을 볼 수 있는 눈을 키워주고, 이면의 어떤 발전이 오는지 말이다.

4. 특히 우리, 한국인은 과학의 잔혹사를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왜냐하면, 일제강점기에 발생했던 731부대의 비윤리적인 실험 때문이다. 당시 참가했던 군인들은 패전 후, 731부대 실험 바탕으로 논문을 제출하기도 했다. 또한, 소련이 데이터를 이용하기도 했고, 미국과는 사법 거래도 하기도 했다. 많은 데이터를 건네주면서 적당한 법 처벌을 받았다. 오호통재.

5. 샘 킨은 과거에 있었던 과학 잔혹사 이야기가 끝나고 앞으로 벌어질 법한 이야기도 간단하게 다뤘다. 샘 킨은 인터넷을 이제 일어날 잔혹사는 대부분 인터넷을 통해 발생할 것이라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최근, 딥페이크를 통한 가짜 뉴스와 성범죄가 일어나고 있다. 앱을 통한 개인 신상정보도 어둠의 경로로 공유되고 있다. 이미 대한민국에서 최근에 모두 일어났다. 딥페이크가 발전할수록 성범죄는 더욱 디테일해진다. 저 사람의 알몸이 분명 딥페이크로 합성한 것인데 실제보다 더욱 실제 같아 보인다. 과연, 우리는 구별할 수 있을까? 저것이 가짜고 피해자라는 사실을 말이다.

"새로운 과학적 돌파구는 거의 항상 새로운 윤리적 딜레마를 수반하는데, 현재의 기술들 역시 예외가 아니다. 우주 탐사 과정에서는 어떤 새로운 살인 방법들이 발명될까? 값싼 유전공학 기술이 전 세계에 넘쳐나면 누가 가장 큰 고통을 받을까? 인공 지능이 발전은 어떤 종류의 해악을 낳을까? 가상의 범죄를 저지르는 상황을 상상해 보는 것은 긍정적 측면이 있는데, 미래에 발생할 그런 범죄를 예상하고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우리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들도 있다. 지금 바로 이곳에서 윤리적 과학을 촉진하고, 이 책 전체에서 맞닥뜨렸던 도덕적 곤경에 빠지는 것을 피하게 해주는 전략들을 세우는 것이다."


표지는 검은색으로 마치 어둡고 은밀한 것을 숨기는 듯한 느낌을 준다. 뒤표지에 삽입된 "지식에 대한 집착과 광기 어린 야망으로 타락한 과학자들, 그 토대 위에 세워진 과학의 잔인한 역사'는 저자 샘 킨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관통하는 문구다.

책의 가장 큰 장점은 깔끔한 목차다. 목차 하나하나마다 단편소설처럼 완결된 느낌을 주기 때문에 관심 가는 부분을 먼저 봐도 좋다. 하지만, 샘 킨은 각 주제 마지막 한두 문장으로 다음 주제를 간략하게 설명해 준다. 나는 정돈된 영화 예고편을 보는 느낌이라 순서대로 읽었다.

과학 서적을 읽기 전 가장 무서운 점은 과연 내가 저자가 하는 이야기를 대충이나마 "이해 가능할까?"에 있다. 철학 문외한이 철학서적을 읽기 힘든 것처럼 과학 서적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샘 킨은 쉽고 간결한 문체로 과학 지식을 설명해 준다. 어려운 전공 용어를 최대한 피하고, 소설처럼(계속해서 강조하는 부분) 몰입감 있게 서술했다. 과학의 이면을 보고 싶은 저자라면 추천한다. 많은 인물들이 나오지만 샘 킨의 문장을 천천히 따라가면 무서울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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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잔혹사 - 약탈, 살인, 고문으로 얼룩진 과학과 의학의 역사
샘 킨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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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과학 토대는 어두운 과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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