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부메의 여름 - 개정판 백귀야행(교고쿠도) 시리즈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 손안의책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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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부메의 여름』은 엄밀하게 추리소설이라 말하기가 힘들다. 민속학, 초능력이 가미된 추리소설? 필자는 민속학을 곁들인 추리소설이라 생각하고 읽었지만, 막상 읽어보니 추리라는 느낌은 많이 받지 못했다. 왜 이런 느낌을 받았을까? 우선 사건을 해결하는 주체가 경찰과 탐정이 아니다. 소설의 화자 또한 삼류 잡지에 투고하는 글쟁이다. 그리고 사건을 해결하는 인물은 음양사다. 음, 주술사라 생각하면 쉬울 것이다.

추리소설에 음양사라니? 가당치도 않다. 음양사가 나와서 주술적인 요소로 사건을 해결하나? 그렇다면 추리가 아니지 않은가? 응당 추리소설이라 하면, 몇 가지의 단서로 줄을 이어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추리소설의 기본 요소라 볼 수 있다. 그렇다면,『우부메의 여름』은 어떤 요소를 가지고 있을까? 한번 엿보자.

본인이 소설을 읽으면서 느낀 게 등장인물들이 말이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술자리에서 친구들이랑 이 얘기, 저 얘기, 구름이 정처 없이 흐르는 것처럼 정말 두서없는 말이 많았다. 『이야기 시리즈』로 유명한 "니시오 이신"이 생각난다. 아니나 다를까, 니시오 이신은 교고쿠 나쓰히코의 추종자였다!

뭐, 짧게 등장인물부터 살펴보자. 이름을 나열하는 것보다 직업을 말하는 것이 좋겠다.

삼류 기자(화자), 음양사, 의뢰인

이외에도 다양한 인물이 나온다. 첨언하자면 의뢰인(여성)은 기자와 음양사에게 의뢰를 한다. 자신의 여동생이 20개월이나 임신을 하고 있고, 남편은 실종된 상태다. 이 기괴한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소설의 내용이다. 기괴한 내용만큼 기괴할 정도로 많은 대화가 나오고, 이 대화가 소설에 꼭 나올만한 것인지 계속 의문을 품게 된다. 심지어 양자역학도 나온다. 뭐, 당시(1950년대)만 해도 과학기술에 관심이 많았다. 특히, 일본은 패전을 과학기술 역량 부족으로 보았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소설에 주절주절 과학 이론이 소개되는 것 같다.

어디 과학 이론일 뿐일까? 종교에 민담에 대해서도 화자와 음양사는 많은 대화를 나눈다. 주인공이 원체 찌질함과 귀여움을 왔다 갔다 하는 인물이라, 음양사의 대화에 맥없이 끌려갈 때도 있고, 소소한 반항을 할 때가 있다. 음양사는 '우부메'(그렇다! 우부메는 일본 요괴다!) 그림을 가지고 화자와 대화를 나눈다. 일본에서는 우부메를 고획조(姑獲鳥) 라 쓰고 '우부메'라 읽는다고 한다. 음양사는 엄밀히 고획조와 우부메는 다른 요괴라 말한다. 우부메는 여러 설이 있지만, 아이와 관련된 설이 대부분이다. 출산 도중 아이를 잃어 슬픔으로 요괴가 됐다는 얘기, 아이는 살았지만 정자 본인이 죽어서 아이를 지키려고 요괴가 됐다는 얘기. 우부메는 슬픔과 관련된 요괴다.

소설은 음양사와 화자의 지루한 궤변의 줄다리기 속에서 천천히 나아간다. 의뢰인 여동생이 20개월 이상 아이를 품은 기괴한 사건의 진상, 그런 아내를 두고 실종된 남편의 행방. 소설은 두 줄기를 독자에게 내밀고 천천히 끌어당긴다. 독자는 줄기를 잡고 따라가다 보면 이 두 사건에 관련된 다양한 인물과 관련된 사랑과 오해를 발견할 수 있다. 사랑과 오해는 곧 슬픔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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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부메의 여름 - 개정판 백귀야행(교고쿠도) 시리즈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 손안의책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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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라이트노벨에 가까운 추리소설. 다양한 과학적 개념은 민속신앙과 대비되어 근대를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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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심연 - 깊은 바다에 숨겨진 생물들, 지구, 인간에 관하여
헬렌 스케일스 지음, 조은영 옮김 / 시공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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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해의 작은 생명체를 시작으로 보존해야 한다는 외침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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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
캐런 조이 파울러 지음, 서창렬 옮김 / 시공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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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이 자꾸 생각났다. 이야기보다는 하나의 기록물을 읽는 듯한 느낌, 그것이 매우 닮았다.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는 짤막한 토막기사 같은 문체가 1부를 장식한다. 캐런 조이 파울러의 "부스"는 제3자가 관찰 일기를 쓰는 듯한 느낌이다. 서로 문체는 다르지만, 기록물의 성격을 갖고 있는 것 같았다.



"부스"는 특이한 소설이다. 링컨을 암살한 '존 월크스 부스'때문에 탄생한 소설이지만, 정작 그는 소설 속에서 분량이 적다. 오히려 주변 인물, 즉 가족이 분량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작가는 '존 월크스 부스(이하 존)'보다는 가족의 삶이 더욱 궁금했다고 한다. 존은 죽었지만, 가족 '로절린, 에드윈, 준, 조, 에이시아' 삶을 계속 이어나가야 한다. 작가는 여기에 초점을 맞췄다.


가족은 서로 사랑하지만 증오하기도 한다. 우리는 알고 있다. 나와 가깝지만, 그렇다고 너무 가까우면 때론 분노가 치솟는다. 서로가 소중하지만 서로가 존중 하지 않을 때도 있다. 하지만, 결국은 사랑하는 것이 가족이다. 작가는 이런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게 아닐까? 미국 북부 영웅 '링컨'을 암살한 희대한 암살자가 사랑스러운 가족이라니··· 과연 나는 암살자를 가족으로 사랑할 수 있을까? 가족의 죽음을 박수로 화답하는 저들을 이해할 수 있을까? 너무나 어렵다. 너무나.


본인은 소설을 읽어가면서, 너무 고통스러웠다. 작가가 단순히 '존'에게만 초점을 맞추고 링컨의 머리통에 총알을 박는 것으로 대미를 장식했다면, 그저그런 소설로 생각하고 책장에 꼿아놓았을 것이다.


그러나 어렸을 때 죽은 형제들과 살아가고 있는 형제들의 삶의 고민, 부모님의 연약함과 괴팍함. 이 모든 것이 '존'을 평범한 인간으로 만들었다. 그는 정치에 미쳐버린 인물도 아니었고, 마음속에 지옥의 용암이 부글거리는 악마도 아니었다. 존은 에드윈이 기자에게 중얼거린 그 한 마디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는 내 동생이었습니다.


에드윈은 가족을 지옥 구렁텅이에 빠트린 존을 싫어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사랑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당장의 일은 링컨을 암살한 동생이지만, 멀리 더듬으면 자신을 뒤쫓아오는 귀여운 동생이 생각나니 말이다. 이 모든것이 "지난 일의 프롤로그일 뿐"일까? 6부의 <템페스트> 문장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로절리는 맏딸이다. 책에서 가족의 숨어있는 기둥 역할을 하는 딸이지만, 실제론 기록이 적어서 작가의 상상력이 많이 개입됐다고 한다. 그랬으면 좋겠다. 로절리의 삶은 고단했다. 쉬지 않고 일하는 따스한 태양 같았다. 그녀는 존의 암살을 쉽사리 인정하지 못했고, 그가 보낸 편지들을 살펴본다. 과연 이렇게 사랑스러운 글귀를 적은 존이 암살을 저질렀다고? 그녀는 믿지 않는다.


로절리는 존과 결혼했다고 주장하는 오가리타를 따스하게 맞이한다. 하나의 도피가 아닐까 싶었다. 그리운 존을 오가리타를 통해 보고 싶지 않았을까?


시니컬한 에이시아는 부스 가문 중에서 가장 평범하지 않았을까 싶다. 에드윈이나 로절리처럼 이상한 책임감이 없었다. 아버지 죽음에 관한 책임, 형제들의 관한 책임. 에이시아는 존의 암살 사건 이후 남편에게 버림 받는다. 그녀는 존에 대한 기록물을 남겼다. 어떤 내용인지는 모르겠다. 기회가 되면 원서를 사서 한번 읽어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존의 몸에서 발견 된 일기를 소개하고 글을 마치겠다


개처럼 쫓기며 늪과 숲을 지나고, 어젯밤에는 포함에 쫓겨서 물에 젖고 추위에 떨고 굶주린 몸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모든 사람의 손이 나를 공격하려고 했고 나는 여기서 절망에 빠져 있어요. 이유가 뭔가요. 브루터스는 그가 한 일로 명예를 얻었고, 윌리엄 텔은 그의 행동으로 영웅이 되었어요. 그런데 나는 사람들이 알고 있는 그 누구보다도 더 사악한 폭군을 제거했는데도 흔한 살인자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비록 나는 가인의 저주를 온통 뒤집어쓰며 버림받고 있지만, 그럼에도 내가 잘했다고 생각해요. 만약 세상이 나의 심정을 알았다면, 그 한 방의 총알은 나를 위대하게 만들었을 거에요. 결코 위대해지는 것을 바라지는 않았지만 말입니다. 오늘 밤 나는 다시 한번 이 사냥개들로부터 탈출하려고 시도합니다. 누가 자신의 운명을 읽을 수 있겠어요. 하느님의 뜻대로 되겠지요. 내 영혼은 위대하여 범죄자처럼 죽을 수는 없습니다. 오, 주님, 주님께서 나를 살려주시고 내가 용감하게 죽을 수 있게 해주소서. 나는 온 세상을 축복합니다. 나는 누군가를 증오하거나 누군가에게 나쁜 짓을 저지른 적이 없습니다.(······)



#부스 #시공사 #벽돌책 #벽돌책챌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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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
캐런 조이 파울러 지음, 서창렬 옮김 / 시공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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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월크스 부스의 이야기 보다는 "부스"를 관통하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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