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농장
하하키기 호세이 지음, 권영주 옮김 / 시공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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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키기 호세이 장기농장

 

 

 

소설은 주인공인 노리코가 소아·청소년과로 출근하면서 시작한다. 간호전문대학을 나와 간호사가 된 노리코는 오랜 꿈을 이루었고 기쁜 마음으로 출근한다. 그녀가 담당하는 곳은 어린아이들의 생사가 오가는 곳이었다. 아직 작은 아이지만 삶의 희망을 놓지 않고, 작은 일에도 기뻐하는 아이들을 보면 노리코는 마음을 다잡는다.

 

<장기농장>은 의학을 뒤집어쓰고 있는 추리물이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무언가를 추리하는 소설은 아니다. 눈치가 좋은 사람은 전반부부터 어떤 내용인지 대강 가늠이 갈 것이다. 93년에 출판된 이 소설은 지금 보면 밍밍한 소설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장기와 생명이 얽힌 이야기는 동서고금을 따지지 않는다.

낙태 관련 기사의 댓글을 보면 많은 의견이 갈린다. 종교계, 의학계, 법조계 등 낙태는 아직 사회가 토론하는 뜨거운 감자다. 임산부가 우선이냐, 태아가 우선이냐 문제는 달걀이 우선이냐 닭이 우선이냐 문제와 같다. 한쪽으로 답을 내리기가 어렵다. 어떠한 답을 내리든 사회적 지탄은 감수해야 한다. 지금 감상문을 쓰고 있는 본인도 어떠한 입장인지 확실히 말할 수가 없다. 아직은 나의 결단에 겁이 난다.

 

<장기농장>은 그러한 소설이다. 언뜻 선악이 갈리는 문제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선악 따윈 없다. 노리코는 어느 날 레스토랑에서 젊은 남녀가 하는 얘기를 듣는다. 여자는 무뇌아를 임신했으며, 남자는 경과를 묻는 내용이었다. 노리코는 남녀의 이야기가 오늘 저녁은 무엇을 먹을까?”와 같은 느낌을 받는다. 무뇌아를 임신한 여자는 아무렇지 않게 얘기를 하는 모습을 보고 종일 묘한 감정에 빠진다. 이것은 사건의 시작에 불과했다. 어렸을 때부터 친구이자 입사 동기인 유코무뇌아와 관련된 비밀병동 괴담을 얘기해준다. 노리코와 유코는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비밀병동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생명과 무뇌아. 스쳐 가며 생각한다.

 

 

 

넋두리

1. 표지가 너무 웹 소설 같은 느낌을 준다. 책을 처음 집어보고 든 인상은, 사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 표지를 조금 더 어둡게 하는게 좋지 않을까.

 

2. 독자들을 끌어드리려고 책날개와 뒤표지에 줄거리를 적는 건 좋다. 하지만 그걸 읽고 독자들의 독서 의지를 내리게 하는 것은 마케팅 실패라고 본다. 특히 책날개에 있는 단어는 삭제하는 것이 독자들의 상상력을 올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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