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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 - 활자중독자 김미옥의 읽기, 쓰기의 감각
김미옥 지음 / 파람북 / 2024년 5월
평점 :
펀딩을 했던 책이 왔다.
책을 소개하는 책이 아니다. 책 읽기를 권하는 책도 아니다. 책을 평가하는 비평서는 더욱 아니다. 이 책은 작가 김미옥이 책을 읽던 시간과 공간, 그리고 책 그 자체의 이야기다.
작가는 이사를 자주 다녔던 어린 시절 친구가 되어주었던 것이 책이라고 한다. 젊은 시절 밥이 없어 허기질 때 밥 대신 먹었던 것도 책이었고, 바쁜 직장 생활의 주말 휴식이 되어준 것도 책이었단다. 명퇴를 하고 나서 본격적으로 책을 즐기는 생활을 하며 글을 쓰고 있다.
그는 새로운 책을 읽을 때 과거에 읽었던 책을 떠올린다. 그림과 음악을 불러오기도 한다. 문학과 어울리는 예술뿐 아니라 과학과 철학과 역사적 사실을 가져오기도 한다. 책을 다 읽고 글을 쓸 때 지금 읽은 책 사이에 이전에 읽은 책의 문장과 음악과 그림을 끼워 넣는다. 마치 친구나 애인에게 보내는 편지에 잘 말린 꽃잎을 같이 넣어 보내는 것처럼.
그래서 그의 글을 읽으면 마치 내게 보낸 편지를 받는 것 같다. 유식하고 똑똑하게 내가 모르는 것을 알려주기도 하고 속상했던 일을 미주알고주알 들려주기도 한다. 깊은 밤 주파수를 맞추어 FM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같이 듣는 것처럼, 읽고 있는데 듣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종이 커버를 벗기자 소나기가 걷힌 여름밤처럼 깊고 진한 푸른색 책 표지가 나온다. 그리고 한가운데 흰 글씨로 ‘感으로 읽고 覺으로 쓴다’가 떠 있다. 마치 먼 밤하늘 별처럼. (은색으로 했으면 더욱 어울렸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