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님이 보여준 세상
샘 귈름 지음, 율리아 귈름 그림, 조이스 박 옮김 / 후즈갓마이테일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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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는 다른 나라에 대한 개념이 별로 없었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가 세상의 전부였기 때문이다. 아빠가 사우디라는 나라에서 일을 하고 있었지만, 그 곳이 어디 있는지, 어떤 곳인지 알지 못했다. 그저 빨강 파랑 마름모가 찍힌 편지 봉투에 편지를 넣어야 아빠에게 간다는 것만 알았을 뿐이다.

 

중학생 때 처음 세계사를 배웠다. 선생님이 칠판에 그린 세계지도가 내가 만난 첫 세계지도였다. 우리나라 지도를 외워서 그리는 것도 어려운데, 선생님은 전 세계를 머리에 넣고 다니는구나... 싶어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세계라는 단어가, 지구에 흩어져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내게 들어온 건, 내가 라면을 먹을 때(하세가와 요시후미 / 장지연 옮김, 고래이야기) 라는 그림책 덕분이었다. 내가 라면을 먹을 때 세상의 아이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가를 알려주는데, 너무 충격이었다. 내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순간들이 거기에 있었다.

 

달님이 보여준 세상(글 샘 귈름, 그림 율리아 귈름 / 조이스박 옮김, 후즈갓마이테일)이 건넨 충격도 비슷했다. 한 아이가 안 자겠다고 버틸 때, 다른 곳의 아이들은 어떻게 자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책인데, 세상에 이렇게 다양한 이 있다니! 또 한 번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만약에 내가 어렸을 때, 이런 책을 읽었다면 나는 더 넓은 세상을 지닌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내가 단 칸 방에서 다섯 식구와 옹기종기 모여 자고 있을 때, 누군가는 언제 난파될지 모르는 배 위에서 자고 있고, 누군가는 일을 하다 쓰러져 잠들고, 누군가는 지붕이 없는 곳에서 잠들고 있다는 걸 알았다면 말이다. 나는 그 누군가를 궁금해 했을 것이고, 그들의 삶을 추적해갔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을 가슴 깊이깊이 품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세계사도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을 텐데!...라는 생각을 해봤다.)

 

이 책은 서로 다른 잠에 대해 이야기 하지만, 심각하거나 슬프지 않다. (그냥 읽는 내가 울컥할 뿐 -_-) 작가는 한 결 같이 따뜻한 음성으로 조곤조곤 말한다. 여기에는 이렇게 잠든 아이가 있고, 저기에는 이렇게 잠든 아이가 있다고. 세상에는 다양한 이 있다고. 그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생각했다. 지구에 있는 모든 아이들이 같이 잠든 사이니까 너희는 상관없는 사람이 아니라고. 그러니 여기’, ‘지금’, ‘만을 생각하지 말고, ‘저기’, ‘그때’, ‘를 생각하는 마음을 품자고. 그것이 달님이 세상을 보여준 이유일지도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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