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희원씨가 했던 말, 내가 여자 강사여서 그랬다는 말 있잖아."
"네."
"나도 모르는 거 아니야. 난 희원씨가......"
그녀는 거기까지 말하고 망설이다가 긴 숨을 뱉었다. 흰 입김이찬 공기 안에서 퍼져나갔다. 그녀가 기다리던 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했다.
나는 그때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던 것인지 종종 상상하곤 했다. 나도 모르는 거 아니야. 난 희원씨가 세상 탓하면서 해소되지도않을 억울함 느끼는 것 바라지 않아. 나도 모르는 거 아니야. 난 희원씨가 어린 여자라는 이유로 무례하게 대하는 사람들, 그냥 무시해버렸으면 좋겠어. 나도 모르는 거 아니야. 난 희원씨가 상처의 원인을 헤집으면서 스스로를 더 괴롭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다음 문장이 어떻게 완성되었을지는 그렇게 중요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어떤 문장이든, 그녀는 내가 자신보다는 나은 경험을 하기를, 자신이 겪었던 일을 겪지 않기를 바랐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그녀의 자존심이자 힘이었으리라는 생각도 한다. 자신의 조건을 탓하지 않고, 자신이 겪는 부당함을 인지하면서도 인정은 하지 않으려는 마음 같은 것 말이다. 그 마음이 그녀를 지켜주었는지도 모른다. 비록 동의할 수 없지만, 이해할 수는 있는 마음이라고 지금의 나는 생각한다.
최은영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 P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