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의 저녁, 연선은 수용소 앞마당의 벤치에서 고작 맥주 두 캔에 취해 느슨하게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경모의 담배를 뺏어 들고는, 피우지는 않고 머리 위로 들고 공중에 연기로 그림을 그렸다. 혹은 글씨를 썼는지도 모른다. 춤을 추는 것 같은 동작이었지만 바라보는 내내 승균은 담뱃재가 연선에게 떨어질까 불안했고 그 노심초사가 무색하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마치 수용소가, 세계가 연선을 사랑해서 담뱃재조차 닿지 않게 움직이는 것 같았다. 참 이상한 존재. 우주의 사악한 톱니바퀴에 으스러지지 않는 모호한 존재.

연선을 만나러 갈 것이다. 찾아가면 그 알 수 없는 얼굴로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겠지. 수술대는 추웠고, 의사는 어쩌면 의사가 아니라 정부가 보낸 사람이라 수술을 하는 척 승균을 죽일 수도 있겠지만, 승균은 미소 지었다. 마취약이 들어올 때, 의사가 숫자를 거꾸로 세라고 했는데 승균은 전혀 엉뚱한 말을 남겼다.

하필이면 사랑이 일목 대상인 일목인처럼.

물거품이 될 각오가 선 인어처럼.

"목소리를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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