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선옥, 마흔에 길을 나서다
공선옥 지음, 노익상·박여선 사진 / 월간말 / 2003년 7월
평점 :
품절


책을 고르기 전 나는 인터넷 서점을 뒤적이며 독자들이 쓴 리뷰를 간단하게나마 읽어보고 책을 사기고 하고, 빌려보기도 한다.개개인의 생각과 느낌을 제3자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알 수 있기 때문이랄까. 이 책 역시 독자리뷰를 쓰신분의 강렬한 여운이 있음을 느끼고 곧장 도서관으로 직행.. 이 책을 대여하게 된것이다.

개인적인 사설이지만 내 여동생은 유부녀고 강원도 동해에 산다. (난 미혼이다.^^)내가 사는곳에서 동해까지 가려면 장장 차로 5시간이상은 가야한다. 이번 휴가때 동생네를 가기 위해 그 긴길을 어머니와 동행 했다. 내 가방 한구석엔 <공선옥, 마흔에 길을 나서다>책을 넣고 말이다.

긴 시간 버스속에서 책을 읽으며 보냈다. 가끔씩 고개를 들어 창밖으로 보이는 반듯반듯한 논도 보고 새파란 하늘에 떠있는 뭉실뭉실한 구름도 보고 멀리 보이는 푸른 산을 보며 저자가 여행길에 올랐던 그 기분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그러면 나도 공선옥이 길을 나선 기분을 알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나는 끼니챙겨줄 걱정을 해야하는 아이도 없고, 짐을 챙겨 길을 나선 여행의 목적도 다르지만..

약장수 시골 할매의 약도 안사주면서라는 볼멘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할매의 뒤를 따라가는 모습에 작은 미소를 지었고, 군대 갔다온 이의 이야기를 듣고 열받아 있음의 상태에서 글을 썼다고 고백하는 저자의 모습에 마음이 뜨끈해짐을 느껴졌다. 지갑속에 조금만 사진으로밖에 남지 않은 효순이와 미선이의 모습을 보고 울컥하고 욕이 쏟아질뻔 한걸 참았고, 사진속에 보이는 우리네 할머니의 잔주름, 할아버지의 검은 반점이 있는 손등을 보며 가슴 저 밑에서 스물스물 뜨거운 무언가 치밀어 오르는것만 같았다. 노동자 배달호의 분신에 내가 받은 설움인 마냥 억울함과 분통을 토해낼 수 밖에 없었다.

2박 3일의 강원도 여행을 끝내고 오는 버스속에서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난 슬픔을 느꼈다. 서러움의 슬픔도 아니고, 기쁨의 슬픔도 아니었다. 나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뜨거운 슬픔이었다. 길은 떠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돌아오기 위해서 길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한다. 공선옥은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그 길을 떠난 것이 아니었을까??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행복도 있고, 때론 슬픔도 있고, 희망도 있는 자신의 자리로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