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
민족사진연구회 지음 / 리슨투더시티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이 책에 기록된 89년에서 93년까지의 역사는 내게 교과서 속 한 페이지였다. 교과서의 밋밋한 문장에는 이 시기의 역사적 사건들에 대한 어떤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
그리고 2016년 서울, 나는 깊이 분노한 사람들 한가운데 서 있었다. 모두가 이렇게 분노했는데, 그른 것을 그르다 외치고 있었는데도 나는 이기지 못할까 두려웠다. 실체도 없는 거대한 악 같은 것이 내 삶을 통채로 기울게 만들어 맨 땅에서도 깊이 가라앉아버릴까봐 두려웠다. 두려워하며 분노했다.
<싸움>속 사진들에서 나는 역시나 깊이 분노한 사람들을 보았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 나는 다시 한 번 깊이 분노한 사람들 속에 서 있었다.
어쩌면 이 세계가 태어난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단 하나, 자신과 가장 긴밀했던 세계를 기록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시간과 공간을 잇는 가장 뜨거운 욕망, 기록. 그리하여 어떤 책은 세상에 출간됨으로써 기록의 책임을 충족시킨다.
아직도 이토록 가까운 '싸움'이 여기에 기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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