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디로 이 책은 재미나다. 누구는 말장난이라고 누구는 시덥잖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뭐 감상이야 지극히 개인적인거니까. 우선 맘에 들지 않는 것들. 첫번째, 평소 장편보다 단편을 선호하는 편이지만 너무도 짤막한 이야기들에 당혹스러웠다. 소설집이라던가 단편모음등등의 힌트만 줬어도 좋았을텐데.. 두번째, 개인적으로 삽화가 들어간 책은 좋아하지 않는다. 그건 - 이상하게도 -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해서 적응되는 것이 아닌것 같다. 차라리 빼곡한 글자로 채워진 책이 낫지..그럼에도 내가 이 책을 집어들어 잠까지 설쳐대며 읽어내린 이유는...한마디로는 '재밌어서'고 두마디로는 '무지 재밌어서'이고 세번째로는...(이만 줄임) 그의 책을 읽고 있으면 웃음이 피식피식 흐른다. 그래서 사람 많은데서 읽기는 조금 꺼려지는 책이다. 상황도 즐겁고 상황을 설명하는 그의 글도 웃기다. 이젠 성석제란 글자만 봐도 웃음이 나올것 같다.
난 학교 다닐때 국어를 좋아했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해서가 큰 이유이겠지만..그렇지만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싫은 것이 있었다. 바로 분석하고 해부하기. 가령, 시가 한편 있으면 토막토막내고 그 토막들이 무얼 의미하는지 정확히 찍어내고 답은 그거 한가지 뿐이라는 식의 것들..왜 그것들을 그렇게 토막내야 하는지..그냥 느껴지는 대로 좀 유치하면 유치하게 아름다우면 아릅답게 슬프면 슬프게 받아들이면 안되는 것인지..왜 그것이 정답이라고 강요받으며 배워야 하는 것인지..아!! 그 '님'이 그걸 말하는 거지..그 '꽃'이 그걸 의미하는 거지 등 일일이 그런 것들을 알아내면서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드물다..그건 그냥 분석이다. 감정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주류/비주류? 작가주의/대중성? 그런것들은 무엇을 시작하는데 편견으로 자리 잡을 뿐이다. 보고 재미있으면 그냥 재밌다고 말해 주길 바란다. 분석은 개개인 알아서들 하게 놔두고.. 난 그냥 이 소설이 재밌다..
성석제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코믹스런 글발이다. 먼저 녹록치 않은 단어의 사용이 그렇다. 그의 소설을 읽을때면 국어사전의 종적을 찾는 경우가 많다. 대개는 게으름으로 그냥 넘어가고 말지만...찾으면 정말 있는 말들이기는 한건지 지금 막 궁금하다. 또 글의 전개도 웃음 짓기에 단단한 몫을 한다. 상호친목계가 '상호간에 평생 친구가 되어 목숨을 걸고 서로를 지키는 계'(본문 p79)의 줄임말이라니...인분을 나르는 남가이에게서 풍기는 유혹적인 냄새(본문 중)에 매료되어 장렬히 압사하는 여인들이라니...예를 들자면 한도 없다. 이런 이유로 그의 소설을 읽고 나면 얼굴에 경련이 인다. 몇 시간을 입꼬리가 올라간 채로 있으니 당연한 결과다(정신을 빼놓고 시간을 느끼지 않게 하는 책은 많지 않다..). 아..벌써 나의 근육들은 마비의 꺼리를 달라고 재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