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의 비용
아룬다티 로이 지음, 최인숙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2월
평점 :
품절


조금 시간이 지났지만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인 민감한 주제의 정치 에세이 두 편이다. 저자는 인도에서 태어난 작가이며 환경운동, 반핵, 반세계화 등 정치적인 행보를 하고 있는 사회운동가, 활동가이다. <공공의 더 큰 이익>은 인도 전역에 세워지는 댐에 대한 이야기로 환경파괴와 원주민들의 강제 이주에 대한 문제를 이야기하고, <상상력의 종말>은 인도를 비롯한 파키스탄, 미국 등의 핵무기 보유에 대한 비판이다.

​

<공공의 더 큰 이익>

제목부터 어디서 많이 본 기억이 난다. 실상 공공의 더 큰 이익이 아니라는 걸 최소한의 사리분별이 가능하다면 알고 있다. 더군다나 우리는 가까운 과거에 이미 겪었다. 댐 건설과 그로 인해 파괴되는 환경, 빈민으로 내몰리는 원주민들 그리고 공공의 이익이 아닌 소수(국가의 CEO와 결탁한 토건족들)의 배만 불리는 이러한 것들은 우리도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에서 똑같은 결과를 보았다.

​

인도는 아직도 카스트라는 관습적으로 내려오는 사회 계급으로 인한 빈부격차 문제가 크고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는 빈민들이 많은 나라이다. 그 최하층 빈민들은 교육도 받지 않아 문맹이 많으며 그들이 사는 환경은 물마저도 부족한 최악의 상황이다. 그들에게 물을 공급하고 전기를 비롯한 에너지를 만든다는 그들의 발상이 공공의 더 큰 이익이면 좋겠지만, 관개 시설을 통해 공급되는 물은 대부분 권력자와 사업주체가 차지하고 수백만 명의 선량한 국민들에게 돌아갈 물은 없다. 그리고 댐에서 만들어내는 에너지는 그 댐을 운영하는 시설이 사용하는 에너지도 미처 만들어내지 못한다.

​

결국 인도의 나르마다 강 위에 건설이 계획된(1999년 당시) 3,200개 댐은 공공의 이익이 아닌 인도의 권력자와 토건세력, 세계은행을 비롯한 다국적 기업, 국제 환경 컨설턴트의 이익을 위해 건설되는 것으로 그들의 이익을 위해 인도의 약 5,000만 명의 사람들은 고향을 떠나 피난민이 되고 또한 자급자족 가능하던 원주민들은 도시의 빈민이 된다.

​

인도는 영국으로부터 1947년 독립을 한다. 인도에는 소비에트 방식으로 중앙 집중화된 국가를 만들려는 '네루'와 낭만적인 촌락들이 이룬 공화국을 꿈꾼 '간디'가 있었다. 인도는 '네루'를 선택했다. 독립 후 50년 동안, 네루와 그의 추종자들은 열정적으로 댐 건설에 뛰어들었다.

​

이 책의 저자가 이야기하듯 큰 댐은 그곳에서 대대로 농사를 짓는 농부로부터 물과 땅, 그리고 관개 시설을 빼앗아 부자들에게 선물하는 파렴치한 수단이다. 생태학적으로도 큰 댐은 지구를 쓰레기로 만든다. 이러한 이유로 선진국에서 댐 건설 사업은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그래서 댐 건설 사업은 개발 원조라는 이름 아래 재래식 무기, 항공모함, 금지된 농약과 같은 쓰레기들과 함께 제3세계로 수출되고 있다.

​

나르마다살리기운동, 인도를 포함한 전 세계의 여러 환경 운동 단체들과 활동가들의 노력으로 댐 건설의 재검토를 위한 독립조사단이 조사를 나왔고 사업을 재검토하라는 권고안을 담은 <독립조사단 보고서>가 출판되어 댐 건설은 중지되었다. 그리고 세계은행은 인도의 댐 건설 사업에서 손을 뗐다. 하지만 승리의 기쁨도 잠깐. 구자라트 주 정부는 부족한 금액, 2억 달러를 모아 사업을 밀고 나가겠다고 발표했다. 1995년 초 대법원은 이주민의 재정착과 관련된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들어 통보가 있을 때까지 댐 건설 사업을 중지하라고 명령했다. 그렇게 사르다르 사로바르 댐의 건설은 중지되었지만, 마디아 프라데시에 있는 2개의 댐에서는 공사가 시작되었다.

​

20만 명의 공식적인 이주민이 발생한 한 댐에서의 공사, 나머지 3,199개 댐의 경우는 어떠할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