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책을 읽은 사람은 다 이 문장을 읽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문장에서 머물러 고요하지만 쓸쓸한 감정을 느낀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이 책의 저자가 이 한 줄을 언급하기 전에 말이다.
그럼 왜 이 담백하지만 쓸쓸하고 적막한 글을 못 보고(또는 보았지만 아무 느낌이 없이) 지나갈까? 저자는 '빨리' 읽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위의 문장은 '간게쓰' 군이 바이올린을 사기까지,(책에 인용이 되어 있는데 조금 길고 재밌다. 그 부분은 직접 '소세키'의 책으로.) 그리고 사고 나서 막상 켜려고 할 때까지의 이야기가 장장 스물네 쪽이나 이어진 다음 모두가 돌아가버려 적적한 분위기가 떠도는 장면에서 나온다. 작가는 위의 문장과 마찬가지로 간게쓰 군의 엉뚱한 대화도 거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서 도대체 이 소설을 들고 무엇을 했냐며 한탄을 한다. 역시 답은 빨리 읽었기 때문이라고 결론을 내린다.(아이러니한 건 저자는 자신이 천천히 읽는 지독파라고 한다. 특히 속독파에 비해서라면 더욱 그러하다고 한다) 이어지는 내용은 속독파에 대한 저자의 견해이며 두 명의 다독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문예평론가인 '후쿠다 가즈야'와 그의 저서 <한 달에 백 권 읽고 300매 쓰는 나의 방법>이라는 무시무시한 제목의 책과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다독가이자 평론가인 '다치바나 다카시'와 그의 저서 <내가 읽은 재미있는 책, 엉터리 책 그리고 나의 대량 독서술, 경이의 속독술>이라는 제목만 봐도 거창하고 황송한(저자의 표현이다) 책에 대한 내용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다치바나 다카시가 써놓은 독서 기술이다. 책은 문장 하나하나를 충실하게 읽는 것이 아니라 책 전체의 구조가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 우선 그 흐름을 파악한다. 먼저 장 단위로 전체의 큰 흐름을 파악한 다음, 절 단위로 세세한 흐름을 파악해 간다. 속독으로 읽을 때에는 단락 단위로, 단락의 첫 문장만 차례로 읽어나간다. "이런 방법이라면 한 쪽을 읽는 데 1초, 좀 늦더라도 2,3초면 읽을 수 있다. 300쪽 책이라면 300초에서 900초, 그러니까 5분에서 1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물론 다치바나 다카시는 모든 책을 속독해야 한다고 쓰지는 않았다. 소설같이 책 전체를 다 읽는 것이 기본인 책은 속독이 불가능하고 속독해서도 안 된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그러한 책은 읽지 않는다고 한다.
작가와 마찬가지로 나로서도 이해하기 어렵다. 도대체 무슨 책을 그렇게나 빠른 속도로 읽지 않으면 안 되는지 모르겠다. 다만 저자는 이러한 다치바나 식, 후쿠다 식의 속독은 스스로 정보를 척척 섭취하고 배설하는 '정보 인간' 이 되려는, 그런 인생을 선택한 사람들에게 유효한 독서술이라고 결론 내린다. 저자가 소개하는 천천히 읽기를 권장하는 작가와 책은 '에밀 파게'의 <독서술>, '엔도 류키치'의 <독서법>, '헨리 밀러'의 <나의 독서>이다.
그러면서 천천히 읽기의 장점으로 자신의 경험담을 말한다.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책에서 얼마간의 감동을 느꼈을 때는, 그렇지 않아도 천천히 읽은 내가 더욱 천천히 읽고 있었을 때였다."
'천천히'와 '너무 빠르다'라는 것의 기준은 명시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작가는 동물들의 살아가는 리듬에 대한 티브이 프로에 나온 생물학자 '모토카와 다쓰오'의 <코끼리의 시간, 쥐의 시간>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생물학자가 메밀국수를 먹는 장면을 찍은 영상을 열여덟 배 빨리 돌리면 코끼리가 본 쥐의 움직임이고, 반대로 열여덟 배 천천히 재생한 움직임은 쥐가 본 코끼리의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굳이 기준에 대한 기준을 찾으라면 이 생물학자의 책이 참고가 될 수 있겠다.
저자는 또한 독서의 기쁨은 오로지 '통독'에서만 나온다고 말한다. 다독가들의 책 읽기 중 띄엄띄엄 읽고 정보만 취하는 것은 독서가 아니며 읽은 책이라고 말해서도 안 된다고 말하면서 그러한 독서는 '살펴본다' 또는 '참조한다'라고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행복이란 행복의 예감이다'라는 인용을 하면서 독서도 읽지 않을 동안에 행복을 예감한다고 썼다. 그렇다면 책을 사서 읽기 전에 그 책을 읽는 상상이 독서의 기쁨이라는 것인데 격한 공감이 일어나는 대목이다. 그렇다. 우리는 주말보다 주말을 기다릴 때 더 행복하지 않은가? 여행 가서 보다는 여행 가기 전의 기분은 또 어떠한가?
나아가 독서에는 읽기 시작하는 행복이 있다는 말과 함께 한 권의 책이 시작되는 첫 열 쪽 정도는 책을 읽는 데 아주 중요하다고 말한다. 첫 열 쪽은 특히 정독해야 한다고 한다. 그래야 저자의 어구와 단어 사용 방법, 이야기의 틀 따위를 알게 되니까 더욱 책을 잘 이해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내용은 앞서 소개한 '엔도 류키치'의 <독서법>에 나와있는 내용이다.
월요일에 새 책을 들고 출근과 퇴근길 그리고 집에서 읽기 시작해서 토요일까지는 다 읽는다. 그리고 일요일에는 가능하면 바깥바람을 쐬고 싶다는 그의 일주일의 루틴이 여유롭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