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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의 시대 - 누가 세계를 더 가난하게 만드는가?
장 지글러 지음, 양영란 옮김 / 갈라파고스 / 2008년 12월
평점 :
전작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에 이은 같은 맥락의 글이다. 전작이 젊은 세대들에게, 기아의 고통을 알지 못하는 젊은이들에게 기아의 문제를 친절하게 설명하는 책이었다면, 이 책 <탐욕의 시대>는 좀 더 강력하게 기아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비판과 해결책을 제시하는 책이다.
특히 신자유주의 신념으로 국가를 넘어선 다국적 거대 기업들의 무차별적인 제3세계 국가들에 대한 잠식을 우려하며 혁명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프랑스 대혁명의 정신을 이어받는 깨어있는 민중들의 저항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다국적 거대 기업이 제3세계의 시장을 잠식하는 수법은 마치 마약상이 일반인을 중독자로 만들어 충성고객으로 만드는 과정과 같다. 그들은 남반구의 최빈국들인 아프리카, 아시아, 남아메리카의 나라들에서 유전자 변형 종자를 무상으로 주고 농사를 짓게 한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무상 지급하던 것을 유상으로 판매한다. 안사면 그만이라고? 씨종자 자체도 그들 다국적 기업들의 소유이므로 농사를 그만두지 않는 이상은 그들에게 매년 로열티를 주어야 하며 씨종자가 없으면 역시 매년 그들에게 비싸게 사야 한다. 그들 다국적 기업들은 지금도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들을 모아놓고 노골적으로 자신들의 상품을 세일즈 한다. '너희들은 녹색혁명도 실패했고 산업혁명도 실패했으니 유전자 혁명만큼은 실패하면 안 된다.'라고. 그렇게 해서 유전자 변형 생물에 대해 시장을 개방한 나라는 '부르키나파소'이다. 이 나라의 '블레즈 캄파오레'대통령은 미국과 거대 다국적기업에 우호적인 대통령이다. 그의 전임자인 '토마스 상카라'는 그렇지 못해서 암살당했다.
칠레의 '아옌데'를 죽이고 칠레의 모든 자원과 경제주권을 가져간 건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의 신자유주의를 신봉하는 국가들과 그들의 첨병인 다국적 거대 기업들이지만 그들의 입맛대로 그들에게 칠레를 바친 건 군부를 비롯한 부패한 관료들과 정치인이다. 비단 칠레만의 일은 아니다 남아메리카 대부분의 나라,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나라들까지 권력과 돈을 가진 부패한 소수는 자신의 뿌리와 양심을 그들에게 팔았다. 그들의 세계화는, 그런 것이다.
인위적으로 조작된 희귀재가 지배하는 수치의 제국(이 책의 원제이다), 저자가 보고 느낀 현재 세계의 모습이다. 이러한 세계를 만드는 건 미국을 비롯한 세계화 지상주의자들과 그들의 이익을 위해 꼼꼼하게 세계를 누비는 거대 다국적기업이다. 그들이 원하는 건 영원한 전쟁이다. 그리고 그들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부채'와 '기아'이다. 그 두 가지 무기로 민중을 노예화시키고, 그들이 지닌 힘과 자원을 빼앗는다.
제국의 존재 이유인 전쟁과 폭력, '전 세계적인 테러와의 전쟁'에 들어가는 비용의 극히 일부만 투자해도 지구상의 기아와 재해를 뿌리뽑는 데 충분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적인 테러와의 전쟁'의 책임자들은 자신들의 방식대로 테러주의자들을 규정한다. 몇몇 정부(미국, 이스라엘, 러시아 등)들이 테러주의자라고 지목하면 그대로 테러주의자가 된다. 이들은 '사전 예방적인 전쟁'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인류의 평화를 위한 전쟁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 전쟁 이면에는 엄청난 경제적 이익을 보는 거대 다국적 기업과 그들과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미국과 같은 북반구의 시장 자유주의 국가들이 있다.
이 책에는 여러 가지 통계수치가 꽤 많이 나온다. 남반구에 위치한 최빈국들의 외채, 기아 사망률 등 숫자가 주는 사실은 그리 와닿지는 않는다.(그마저도 13년 전의 수치이다) 아마도 남의 나라, 먼 나라의 일이라고 생각해서 더욱 그럴 것이다. 하지만 2006년 기준 62억 명의 인구 중 8억 5,400만 명(6명 중 한 명꼴)이 심각한 영양 결핍이고, 5초마다 10세 미만의 어린이 한 명이 기아로 목숨을 잃고, 4분에 한 명이 비타민 A의 부족으로 시력을 잃는다는 사실은 어쩔 수 없는 자연현상 같은 것이 아니다. 앞서도 말했듯이 '부채'를 무기로 구조적인 폭력과 살인을 하는 북반구의 시장 자유주의자들이 만드는 세계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현재(2006년) 세계의 농업 생산력으로는 120억 명을 정상적으로 먹일 수 있다. 세계 인구는 62억 명이다.
이 책에서 언급하는 남반구 빈국들의 부채와 기아, 그곳에서 벌어지는 시장 자유주의자들의 경제적 식민지화, 세계 갑부들의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남반구 빈국들의 독재자들, 아시아나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빈민촌의 아이들. 이러한 모든 부조리와 모순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프랑스대혁명에 가담한 혁명주의자들은 모두 젊은 나이에 목숨을 잃었다. '생쥐스트'는 27세, '바뵈프'는 37세의 나이에 단두대에서 교수형을 당했다. '자크 루'는 혁명 정부가 사형을 선고하자 단검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마라'는 암살당했다.
특정 계급에 속하는 사람들이 아무런 죄의식도 없이 다른 계급에 속하는 사람들을 기아에 허덕이게 만들 때, 자유란 한낱 허울뿐인 유령에 불과하다. 부자가 독점을 통해서 동시대인들의 생사여탈권을 장악할 때, 평등이란 한낱 허울 좋은 유령에 불과하다. 혁명의 반동 세력이 나날이 곡식의 가격을 쥐고 흔들어 시민들의 4분의 3이 눈물 없이는 식량을 조달할 수 없을 때 공화국은 한낱 유령에 불과하다.
자유란 먹고 살 걱정이 없는 사람들이나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행복해질 권리는 인권 중 가장 으뜸이다. 혁명은 완벽한 행복을 획득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나는 나를 이루고 있으면서 당신들 앞에서 말을 하는 이 먼지 덩어리를 경멸합니다. 당신들은 나를 처형하여 이 먼지 덩어리의 입을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몇 세기가 지난 다음, 아니면 하늘나라에서라도 나한테서 나만의 독자적인 삶을 앗아갈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든지 그렇게 해보십시오.
생쥐스트 - 1794년 7월 26일(교수형 전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