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의 중, 단편 모음집이다. 익히 <변신>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으나,- 알고 있다고 하나 깊이 생각해 보지는 않았다 - 역시 어렵다. 난해하다. 기괴하고 슬프기는 하나 작가가 주는 메시지가 가장 선명하고 잘 읽히는 작품은 역시 <변신>이다. 아버지를 대신해 집안의 경제를 책임지는 아들 '그레고르 잠자'는 실질적인 가장이다. 자신이 아니면 부모와 사랑하는 누이를 경제적으로 돌볼 사람은 없다. 그 사실은 그에게 책임감과 동시에 극심한 부담이다. 그는 5년 동안 아파본 적이 없기 때문에 아무리 힘들어도 회사를 쉬는 경우는 없었다. 그런 그가 어느 날 역겹고 흉측한 벌레가 되었다. 인정하기 싫지만 그래도 아들이고 오빠였던 벌레는 차츰 그들에게서 멀어지다 쓸쓸하게 죽는다. 그리고 그 사체는 가정부가 처리한다. '그레고르 잠자'가 계속 집안의 가장 노릇을 했다면 몰랐을 나머지 가족들의 생활력은 활기차고 희망적이다.가족 간에도 서로의 이익을 위한 계산적인 행태는 이미 만연되어 있고, 그다지 새삼스럽지도 않다. 다만 드러내어 말하지 않을 뿐. 카프카는 이미 이때부터 그런 사회 - 자본주의 -의 삭막한 비정함을 이 소설 <변신>에서 말했던 것이 아닐지...내가 가장 사랑하는 가족, 나의 근간이 되는 가정에서 경제적인 면이 사랑의 크기와 밀도를 좌우한다는 점이 심히 슬프다. 마치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로 자기 위안을 삼는 가족들이 차마 말로는 꺼내지 못하는 경제적인 숫자의 증감을 생각하듯이...<판결>의 결말은 당혹스럽고, <시골의사>의 판타지스러움과 난해함은 결말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굴>은 '편집증'의 증상인 심한 걱정과 두려움으로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현대인들의 심리상태를 표현한 것일 수도, 아니면 본인 자신의 심리상태를 표현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가장의 근심>이라는 작품은 '오드라덱(Odradek)'이라는 가상의? 존재에 대한 불안감과 근심을 나타낸 작품이다. 그런데 과연 '오드라덱'이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