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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레라 시대의 사랑 1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97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04년 2월
평점 :
콜레라 시대의 사랑 (EI Amor en los Tiempos del Colera)
-가르시아 마르케스
플로렌티노 아리사. 페르미나 다사. 후베날 우르비노.
세 사람은 콜레라가 세상을 휘몰아치던 시대에 살았다. 그들은 콜레라라는 알 수 없는 전염병에 걸리듯 사랑에 뛰어들었고, 그 사랑에 파묻혔으며, 그 사랑을 받아들이고 살았다.
나는 어제 오늘을 이 작품을 읽는데 소요한다. 새벽녘에는 나의 체력을 무시하고 그냥 밤을 새워 읽어나갈까로 고민에 빠지는 나를 오랜만에 만났고, 이 작품은 그러한 긴박감으로 나를 놓아주지 않았으며, 아침에 눈을 뜨기가 무섭게 책을 손에 든다. 밥 먹는 것 보다 이 작품의 다음 순간이 너무나 급했다.
한 여자와 두 남자. 만약 페르미나 다사가 '스물'이란 나이에 플로렌티노 아리사를 선택했다면, 이 작품에 후베날 우르비노는 없었을 것이다. 허나, 그녀는 다행이 이성적인 후베날 우르비노와 정략결혼을 했다. 하지만, 결혼 후 그녀는 행복했다. 물론 삶의 일상 속에서 남편인 후베날 우르비노와 싸우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삶이 가져다 주는 기쁨일 뿐이다. 그녀는 그를 사랑했고, 그는 그녀를 사랑했다.
플로렌티노 아리사. 그는 페르미나 다사 라는 소녀를 흠모했고, 페르미나 다사 라는 여인을 바라봤으며, 페르미나 다사 라는 여자에게 사랑을 전할 주 아는 가슴을 가지고 있는 사내다. 그는 많은 여인들과 일상을 즐겼으며, 가끔은 정말로 마음이 가는 여자도 몇 사람 마주쳤지만, 청년의 가슴에 박힌 사랑의 흔적이 너무 커 그것을 다 모르게 흘러보냈다. 그가 페르미나 다사 라는 소녀에 대한 마음을 그냥 청년의 마음으로만 간직하고 새로운 만남을 더욱 소중히 했다면 그의 일상은 좀더 메마르지 않았을 것이다. 허나, 그는 그럴 수 없는 운명을 지니고 태어났다. 바보처럼.
이 작품의 마지막에 선장이 플로렌티노 아리사에게 묻는다.
"언제까지 이 빌어먹을 왕복 여행을 계속할 수 있다고 믿으십니까?"
플로렌티노 아리사에게는 53년 7개월 11일의 낮과 밤 동안 준비해 온 대답이 있었다. 그는 말했다.
"우리 목숨이 다할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