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눈물도 강수량이 되겠습니까 시산맥 시혼시인선 24
손준호 지음 / 시산맥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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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

백화점 층과 층 사이, 발목이 사라지는 늪
밤새 붉은 눈 번뜩이며 너는 늪에 웅크리고 있지

도시의 건기를 건너가는 바겐세일
두두두 누 떼같이 몰려오는 구두들
너는 입맛 다시며 오르락내리락, 늪을 어슬렁거리겠지

가죽은 질긴 게 명품이거든
그거 알아, 얼룩말 무늬가 지문처럼 다 다르다는 거

지름신 모시는 종족은 카드를 제물로 바친다지
꺼억꺼억, 영수증을 토해내는 체크기
마네킹의 머리통은 어디로 증발했을까
의심의 꼬리표를 바꿔 다는 쇼윈도의 가방들

근데 나는 아무래도 나의 짝퉁인 것 같아

세렝게티의 싱싱한 햇살을 만지고 싶어
거죽뿐인 쾌락에 너무 오랫동안 길들여졌어
털 뽑힌 오리들은 비상구를 비상할 수 있을까

그거 알아,
사람의 눈동자에도 까마득한 늪이 있다는 거
눈물 속에도 무릎 꺾이는 계단이 있다는 거
그 계단으로 밑바닥까지 굴러떨어질 수 있다는 거

어쨌든 지금은 바겐세일
목숨을 흥정한다면 남은 생은 얼마를 쳐줄까

욕망의 이빨 번뜩이며 스르르 늪으로 꼬리 감추는,

* * *
백화점 층과 층 사이 오르내리는 ‘에스컬레이터’를, 늪을 어슬렁거리는 ‘악어’에 비유하고 있다. 이는 형태와 속성의 유사성에 기인한 것이지만, 라코스테 상표이기도 한 ‘악어’가 물질주의 세태나 욕망을 상징하는 것으로 비유의 온당성 및 적절성을 담보한다. “지름신 모시는 종족은 카드를 제물로 바친다”는 표현은 또 어떠한가? 과시적 소비 성향을 여지없이 비판하고 통렬히 풍자하고 있지 않은가? 또, “의심의 꼬리표를 바꿔 다는 쇼윈도의 가방들”을 통해 수입 명품에 현혹된 현대인의 허영주의를 꼬집는다. 아울러, 짝퉁을 좇다가는 짝퉁 인생으로 살 수밖에 없으며, 늪에 빠지거나 계단에서 굴러떨어질 수 있다고 스스로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이러한 자아 반성과 성찰의 태도는 궁극으로 “목숨을 흥정한다면 남은 생은 얼마를 쳐줄까” 하고 물질만능주의를 날카롭게 풍자함으로써 생명존중의식을 한층 일깨우는 것이다. ― 장하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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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잠꼬대 시와반시 기획시인선 19
장하빈 지음 / 시와반시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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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시는 초롬초롬 간단명료한데, 인생은 대책없이 긴 문장 같다(이춘호 기자)
*영혼을 위무하는 곡진한 치유의 시편(이정환 한국시조시인협회이사장)
*‘시와 지팡이‘-시를 신주 모시듯해서는 안 된다고 일갈하는 듯하다(김태진 기자)
*짧은 시행 속의 빛나는 예지(김영근 시인)
*신의 한 수를 배웠다(정재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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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피부 옷입기
권남순 지음 / 뷰티누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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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남순의 『행복한 피부 옷입기』를 구해 읽어 보았다.   

화장품 전문점 ‘박가분’을 십수 년 동안 경영해온 경영자로서의 경험과 철학, 그리고 소망 같은 것이 묻어났다. 화장품과 피부의 상관관계 등을 잘 헤아려 저술하고 있는 점도 돋보였다. 특히, ‘박가분 자료관’에 소장된 옛 화장용구(동경, 분 항아리, 비녀 등)를 한눈에 볼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이영철 화가의 밝고 따스한 그림이 삽화식으로 군데군데 배치되어 격조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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