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가는 길 - 고3 아들과 쉰 살 아버지가 함께한 9일간의 도보여행
송언 지음, 김의규 그림 / 우리교육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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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겨울방학이 지나면 고3이 되는 아들의 제안으로 50대 아버지와 아들이 서울에서 해남까지의 도보 여행을 하며 담은 여행 이야기이다.  

한 가족이면서도 모두 한자리에 모여 시간을 나누기 힘든 요즈음 9일 동안 해남까지 걸어서 둘만의 시간을 보내면서,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이해하면서 어떻게 보면 서로 대화가 부족해 서먹할 부자간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지는 계기가 된다.
또한 각 지역을 지나며 지역에 유명한 인물이나 지역 특성, 장소 등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도 담겨 있어 재미를 더한다.

고3이라는 힘든 시기를 잘 이겨내기 위해, 어리지만 스스로 마음을 다잡고 싶은 아들의 제안을 받아들인 50대 아버지, 한 겨울에 쉽지 않은 여정이기에 미리 도보 연습을 할 정도로 아들에게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여행 중 아들과 아버지의 일상적인 소박한 대화와 밤이면 숙소를 찾아 헤매며,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식당을 찾는 모습, 식사 때마다 소주한잔씩 하며 식당에서 마주친 지역 사람들의 사람냄새 나는 이야기들도 소박하지만 정겹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나도 한번쯤 기회를 만들어 가족과의 도보여행을 계획하고 싶어진다. 또한 꼭 그리 하리라 다짐해 본다.

여행이란 한번쯤 자신을 돌아보거나 자신만의 고요한 시간을 갖기에, 늘 어떤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차로 가면 다섯 시간 남짓의 거리를 아들과 함께 9일 동안 걸으며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에도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의 거리가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란 느낌이 든다.

여행길에서 만난 우리나라 지역 문화와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모습, 옛 문인들과 예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속에서 담긴 혼을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정말 빠르게 지나는 요즘 세상에 느리고 불편한 도보여행을 꿈꾼 다는 것은, 그 속에서 분명 우리가 얻을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그 속에서 우리의 삶을 천천히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기회가 된다면 나 역시 아이들과 함께 그들처럼 여행을 계획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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