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그리고 터키의 별
윤연모 지음 / 생각나눔(기획실크)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어느덧 봄이 지나가고 차츰 더워질 무렵, 나는 선생님으로부터 새 시집을 한 권 선물받았다. 제목은 <어머니 그리고 터키의 별>. 책의 표지에서는 왠지 봄의 향기가 가득 묻어나는 듯 하다. 학생들에게도 종종 어머니 이야기를 꺼내시고 그간 책에서도 어머니를 자주 언급하셨던 선생님인만큼, 이번엔 그 분을 책 표지에까지 등장시켜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가득 담아낸 듯 했다.

    배꼽을 잡을 만큼 재미있는 시도 있고 가슴 뭉클한 시도 있는데, 그 중에 마음에 드는 시 몇 개를 골라보았다. 먼저 「어머니」연작 시이다. 「어머니 14」에서는 선생님 어머니의 팔순 잔치를 그렸다. 이 시에서 선생님은 '알맹이'이고, 선생님의 어머니는 '껍데기'이다. 선생님은 늙으신 '껍데기'를 들쳐업고 퉁퉁한 두 다리로 한 바퀴 돌고 싶다고 할 만큼 얼마나 어머니를 사랑하고 있는지 가감없이 드러낸다. 한편, 「어머니 17」에서는 친구같은 어머니의 모습을 드러낸다. 갑작스레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에미야, 자냐?" 라고 하는 선생님은 능청스럽기도 하고 유머러스하기도 하다. 그에 못지 않게 선생님의 어머니도 "따님, 안녕히 주무세요!" 라고 맞받아치는데, 이 부분에서 선생님 특유의 유머 감각은 선생님의 어머니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닐까하고 생각했다

   제자들이 앞으로 희망을 가지고 올곧게 살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시도 있다. 「희망나무에게」에선 제자들이 둥글고 넓적한 잎사귀로 세상을 포용하는 활엽수가 되고, 비 오는 날 날카로운 잎사귀로 영롱한 보석을 만드는 침엽수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또한「서라벌의 꿈꾸는 장난꾸러기들에게」에서는 제자들이 훗날 비 개인 날 영롱한 무지개가 되어 웃어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처럼 어머니에 대한 사랑뿐만 아니라, 선생님을 거쳐간, 그리고 거치고 있는 제자들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시에 한껏 담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일상과 자연에서 보고 들은 것을 노래한 시들도 담겨있다. 「봄바람이 불고 있다고요」에서 리기다소나무는 종일 시멘트 건물 안에서만 지내는 우리들보고 밖으로 나오라고 손짓한다. 봄바람이 불고 있는데도 그것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고, 화자만이 우연히 소나무의 흔들림을 본다. 그리고는 그를 향해 걸어가 그의 손을 잡아준다. 이 시는 참 공감이 많이 되는 시였다. 하루 종일 학교 건물 안에만 있어서 밖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나뿐만 아니라 친구들도 모르는 게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이따금 밖에 나가보면 나무며 풀들이 그렇게 생명력 넘치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이따금 눈여겨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랑은 사랑을 낳는다는 말이 있다. 이 시집은 만물에 대한 사랑을 담고 있다. 항상 그곳에 있는 아버지, 어머니, 학생, 친구, 그리고  산, 자신, 삶까지 모두 사랑의 대상이다. 모든 것이 새로이 싹 틔우며 사랑의 계절이라 불리는 봄, 이 봄이 다 지나가기 전에 사랑을 담은 시 한 편 읽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