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의 식사 NFF (New Face of Fiction)
메이어 샬레브 지음, 박찬원 옮김 / 시공사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540페이지의 정말 긴 장편소설이다. 사실 앉은자리에서 한 번에 읽기에는 좀 지루한 듯 할 수도 있겠다. 나 역시 몇 일에 걸쳐 이 책을 읽었다. 지루함에도 불구하고 이책이 주는 묘한 기대감이 있었다. 이스라엘작품이어서일까? 비극의 역사를 가진 나라, 성경을 갖은 나라, 유대인의 나라, 나는 은연중에 이스라엘사람의 극한 삶에 대한 호기심 같은것이 있었나 보다. 어째든 이 책은 그러한 이유로 내게 선택되어졌다. 그러나 생각보다 참으로 잔잔했다. 무엇을 기대했던 걸까? 하고 의문을 갖을 정도로 그다지 큰 사건을 다루고 있지 않았다. 그저 한 마을의 평범하기도 그렇지 않기도 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잔잔히 다루고 있었다. 공간적 배경은 1930, 40년대 팔레스타인의 작은 시골마을이며, 할아버지란 뜻을 가진 자이데인 나와 어머니 유디트, 그리고 세아버지인 라비노비치, 야곱, 글로버만외에 주변인물로 구성되어있다. 또한 장편소설이 주는 매력이겠지만, 이책은  등장인물의 행동이나 대화에서 느껴지는 심리와 사상을 통해 소설 내면에 깔린 뉘앙스를 추리해보는 재미가 솔솔한 작품이었다.

 

세 아버지... 네번의 식사란 제목보다 오히려 세아버지란 단어가 이소설에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세아버지란 단어를 통해 나는 많은 것을 유추하기 시작했고, 소설속 진실을 찾아 책의 마지막 까지 놓치는 것 없이 읽고자 했으니 말이다. 자이데의 말에 따르면, 세명의 남자가 자신을 자기 아들이라 주장한다고 했다. 그리고 실제로 라비노비치에게 농장과 외양간 노란머리를 물려받았고, 야콥샤인펠드로 부터 좋은집과 가구 , 처진어깨를, 소장수인 글로버만에게 저축한돈과 엄청나게 큰 발을 물려받았다고 기술하고 있다. 물질적인 것을 빼고라도 자이데는 육체적 연결고리를 엮어 실제로 세명의 남자로 아버지로 인정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자이데의 어린시절부터 그 세남자와의 긴밀하고 끈끈한 정으로 엮어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자신의 실제 생물학적 아버지를 굳이 찾고자 하지 않았으며 야콥 샤인펠트로 부터 4번의 식사에 초대를 받게 되고 그 4번의 식사를 통해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사건과 자신의 성장배경을 쓰고 있다.

 

어머니 유디트,

따뜻한 날들이면, 우리집 벽에서 부드러운 우유냄새가 올라온다. 소설은 이렇게 시작하고 있다. 우리집은 외양간이었다. 처음 유디트가 라비노비치의 집에 왔을때 굳이 외양간을 그녀의 생활공간으로 택한 이유는 남들의 시선이 이유였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녀는 그곳에서 매일 소젖을 짜고 매일밤을 울었으며, 일주일에 한번씩 글로버만과 술을 마셨었다. 그러다 자이데를 갖고 나서 외양간은 집으로 꾸며진것이다. 유디트에게 라헬이란 소, 중성의 소가 주는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매일밤 울던 그녀는 중성인 암소 라헬에게 왜 그토록 각별한 애정을 쏟았을까? 전남편에게 빼앗긴 딸을 생각해서였을까? 아니면 유디트 그녀 스스로 여성성을 포기한채 살고자 했던 상징성이었을까? 작가의 의도가 정말 궁금한 대목이었다. 사실 이대목은 친구들과 토론을 벌이기도 한 부분이기도 하였다. 또한 마지막 야콥의 끈질긴 구애, 순수한 사랑의 상징이었던 웨딩드레스를 벗어버리고 라비노비치를 선택한 유디트, 라비노비치의 머리카락은 유디트의 또다른 한부분처럼 다가갔을지도 모르겠다. 소설의 막바지로 달려가며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단순히 야콥의 4번의 식사시점과 그가 해주었던 요리에 중점을 두며 읽으면 되겠구나 했던 초심은 이렇듯 다양한 등장인물의 심리를 유추하도록하였다. 특히 레시피만을 남긴 4번째 식사를 자이데가 스스로 만들어 먹는다는 발상은 많은 생각을 하도록 했다.

 

단순히 읽는다면, 이스라엘 인의 아름다운 사랑과 평범한 삶의 이야기에 작가의 필체가 더해진 작품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난 이 소설을 통해 인간의 삶과 죽음,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의 삶의 태도, 그네들의 인생관과 철학등을 통해  또 다른 배움을 발견하는 기쁨을 맛보았다. 또한 인물들의 대화속에서 언어적 유희를 맛보는 즐거움 역시 이소설을 통해 맛보았다. 좋았다.

 

2013. 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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