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날개옷
현정원 지음 / 에세이스트사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수필이란 분야는 막연히 화려한 문체와 미사여구의 수식어를 연상하게 한다. 아마 고등학교 시절 교과서에 실린 " 청춘예찬"이란 글때문일지 모른다. 그 수필이 얼마나 중요했었는지는 물론, 학력고사에 단골 출제 문장이 많았던 탓도 있었으려니와 지금생각해보면 어쩌면 화려함에 있었으리라.. 지금도 기억나는 몇몇 구절은 아직도 가끔 되뇌어지기도 한다. 어째든 수필이란 분야는 내게 그닥 좋은 기억이 아니다. 무식하게 외워야 했던 문장들이며, 화려한 겉치장이 가벼움마져 느껴지게 했으니..

 

엄마의 날개옷은 수필집이다. 작가 현정원의 일상생활과 생각을 그대로 거침없이 순간순간의 감정대로 써내려간 듯한, 가볍게 읽기에 딱 좋은 책이다. 소설과 달리, 한번에 다 읽어야 할 필요도 없고, 그저 생각날때마다 한편씩 읽기에 좋은 것, 그것이 수필의 매력일수 있겠다. 별 기대 없이 접해진 책이지만, 예상외로 참 와닿아지는 것들이 많았다. 그녀의 문장력 주는 호소력이 또한 있다. 때로는 가볍게 화려하며 입맛에 딱 맞는 듯하다가도, 생소한 느낌의 거친 산나물을 씹는 듯한 문장들을 접할때도 있었다. 이는 현정원이란 작가를 궁금하게 하는 모티브가 되었다.

 

강원도 원주 출신의 경영학을 공부한 평범한 아이엄마의 첫 수필집이는 평범한 생활이야기를 담는다. 아들이야기, 친정엄마, 시어머니 이야기, 여행이야기, 그리고 어느날 낯선 동네에서 문득본 깨꽃이야기등 그저 우리가 평범히 지내온 일상의 사건들을 담담히 써내려갔다. 누구든지 겪을수 있는 이야기고 아마 어쩜 나도 한번쯤 겪었을 이야기들이다. 그런 일상의 사건들이 아름답게 또는 서툴게도 표현되어졌다. 우리나라 그나이때 여자의 비슷한 경험들을 접하면서, 참 많은 공감을 했다. 그러면서도 아프지 않고 슬프지 않은 이야기들에 부담감 없이 읽을수 있는 책이었다.

 

책의 뒤부분에 삽입된 김종완님이 쓰신 작가론을 보니, 그이유를 알듯하다. 그녀를 신인류라고 부르며 현명하여 상처를 만들지 않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작가의 사건들은 상처가 많아야 함에도 불구 하고 말이다. 그래서 인지 이 수필집에선 긍정의 문구들이 많이 등장한다. "최선을 기울일수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다" "실패에서 깨달음을 찾아낸다면 그런 실패는 실패도 아니다. 삶이 끝나기전엔 실패다 성공이다할수 없다 그저 과정일뿐이다."등 마치 명언과 같아 노트에 한번씩 적어본 글귀들이었다.

 

책을 덮으메, 기피했던 수필이란 분야에 매력을 느낀다.

가끔씩 난 수필집을 찾게 될 것같다. 이만큼의 삶을 살아오면서 이만큼의 공감대를 함께 형성할 만한 책을 만나 반가웠다.

 

2013. 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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