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새
배평모 지음 / 바보새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작가 배평모는 1945년 출생, 즉 광복둥이이다.

 

대부분의 성장소설이 그렇듯이 -물론 내가 경험치 못한 시절의 이야기긴 하였지만 -  이 책 역시 가볍게 영상을 그리며 읽어내려 가며 작가의 지적, 도덕적 성장을 살펴보기에 충분한, 그러면서 전쟁과 가난을 겪었을 부모님의 시대를 이해하고, 청소년이 된 내 아이에게 읽혀야 할 책임을 공감했다.

 

어린시절 작가의 공간은 제주도였다. 3월중순의 찔레순을 꺽어 허기를 잊고, 삘기밭을 돌아다니며, 삘기 따먹기로 놀이를 삼고, 보리고개를 넘어선 5월의 보리로, 밀이삭으로 배고픔을 잊었다. 가난했고 배고팠지만, 광복둥이 친구들과의 우정을 다지며 그렇게 성장했다. 소설은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뉘어 각각 계절의 제주를 환경을 담고 있으며, 작가는 국민학교 4학년때부터 중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의 기억속에 사건들을 단만극처럼 다루며 그때 느꼈던 감정이나 다짐, 희망, 절망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겨내기를 반복했는지를 이야기 하고 있다.

 

각각의 소재들은 그시대에 겪었을만한 것들로 이루어져있다. 허기짐을 채우기위한 삘기빨기와 억새알맹이먹기, 아버지를 대신해서 물지게를 지었던 일, 산굼부리 분화구에서의 친구들과의 추억, 생계때문에 바느질가게를 하며 고초를 겪어야만 했던 어머니에 대한 추억, 팔과 다리의 근육이 지칠때까지 하는 바다수영에 대한 기억, 여름방학이 끝난후 비어있는 친구의 자리와 뇌염으로 사망한 소식들, 일본동전을 이용해 만든 제기로 친구들과 하던 제기차기, 크리스마스날 불에 탄집, 중학교시험을 치루기 위해 선생님집에서 잤던 기억, 그리고 끔직한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기억들, 그런 모든 기억들 내내 아버지의 부재에서 오는 그리움과 아픔을 느낄수 있었다.

 

작가는 주인공 정현, 즉 나를 일인칭화 하여 자서전과 같은 느낌을 주고 있는데 소설가 아저씨와의 대화를 통해 어떻게 성장해야 할지에 대한 어떤 자세로 세상을 살아야 할지를 각성하고 배우며 성장한다.

 

"아저씨가 처음 말했던 평등은 겉으로 드러난 것이고, 진짜 평등은 너희들 마음속에 있어., 너희들은 다른 동무들이 잘하는 것을 인정해주고 있어, 그렇기 때문에 너희들은 눈만 뜨면 뭉쳐다니는 거야. 만약 다른 동무가 잘하는 걸 인정하지 않는다면 절대로 한 덩어리처럼 뭉칠 수가 없어. 그리고 서로 다른것을 잘할 수 있는 그것 때문에 너희들은 서로에게 도움을 주면서 강해질 수 있는거야, 학교에서 아무리 힘센 아이라 해도 너희들 중 누구에게도 한부로 못하지? 그건 다른 아이들이 너희들을 한 덩어리로 뭉쳐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야. 서로를 인정하면서 하나가 되는것, 이게 진짜 평등이야."

 

국민학교 4학년 아이가 이해할수 있도록 소설가아저씨가 설명한 평등이다. 과연 이것이 그 4학년 아이에게만 해당하는 말일까? 작금의 시대에 나의 평등, 이웃의 평등,  우리나라의 평등은 어떠한가?  이러한 글들은 소설가 아저씨의 입을 통해 책의 곳곳에서 볼수 있으며, 이런 문구들을 기억하는 정현이 소설가가 된것은 자명했다.

 

닭싸움이란 소재에서 소설가 아저씨가 설명한 계유오덕과 같은 이야기는 참으로 기발했다.  닭에게도 지켜야 할 오덕이 있음에 너희도 단 그 오덕만 지켜도 존경받는 사람이 될수 있다고 가르치고 있다. 그 오덕을 보면 모이를 먹을때 다투지 않는다해서 인(仁), 싸울때 자신을 돌보지 않는다해서 의(義), 머리에 볏을 지체를 상징하는 벼슬과 같이 생각해서 예(禮), 무리나 새끼들을 언제나 돌본다고해서 지(知), 새벽에 같은 시간에 어김없이 운다고 해서 신(信). 인간의 도리를 닭에게 비유하여 설명함으로서 짐승보다는 나아야 할것을 가르치고 있다.

 

이렇게 소설가아저씨와의 대화는 작가를 더욱 도덕적, 지적으로 더욱 성장하게 하여 주인공 정현이 갈등속에서도 남을 배려하고, 희망을 잃지 않는 아이로 성장하도록 하고 있다.

 

원산부두에서 공포와 절망, 그리고 절박을 함께 경험한 특별한 친구 경익이와의 이별, 거기에서 오는 슬픔과 그리움, 광폭한 바람과 빗줄기, 세상을 파괴해버릴것 같은 작가가 전쟁과 닮았다고 생각한 태풍후의 흑산호, 불탄 집에서 쇠못에 찔렸으나 우연히 만난 할아버지 덕택에 파상풍에 걸리지 않았던 작가는 불행곁에 다행도 따라다닌다라는 생각을 할정도로 긍정적인 아이로 성장한다.

 

소설가 아저씨는 광복둥이 아이들을 대상으로 소설을 쓰기를 희망했고, 그 이유를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다.

 

저 북쪽이 고향인 너희들이 우리나라의 가장 남쪽에있는 이곳 제주도에 와서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너희들을 주인공으로 소설을 써야 겠다는 생각을 했어. 너희들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 제주도의 자연환경에 놀랍게 적응을 잘했어. 너희들은 집에서보다 자연으로부터 많은 것을 얻고 있잖아. 내가 보기에 너희들은 또래의 다른 아이들 보다 훨씬 튼튼하고 씩씩해, 이곳 제주도의 자연이 너희들에게 베풀어준 혜택이야. 너희들은 어른들이 실천못하는 평등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고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성장하고 있다

소설은 보고 겪은 한시대의 아픔을 글로 쓰는것도 매우 중요하단다. 나는 너희들을 통해 아 아프고 힘든 시대에서 희망을 보고 있어. 너희들이야 말로 이시대의 아픔을 씻어 줄 싹이라고 생각해 너희들은 이시대의 파랑새야.

 

늘 허기져 있던 작가에게 많은 것을베풀어 주었던 제주도의 넉넉한자연은 몸뿐만 아니라 심성까지도 곧고 바르게 키워주었고  경쟁보다는 협력의 유용함과 욕심보다는 나눔의 가치를 일깨우도록 하였다. 그 자연속에서 사람과의 관계 즉, 제주도에 오래살았으면 좋겠다던 혜란이, 좋은친구 동규, 동숙이 누나, 소설가 선생님의편지,  그리고 친구들과의 우정은 아버지의 부재에서도 강하고 꿋꿋하고 긍정적인 삶을 살게 해주었지만, 어머니의 치욕과 절망의 시선은 작가에게 평생의 트라우마가 되어 고통속에 살게 하였고 결국은 글쓰기를 통해 트라우마를 벗어나게 되어  50년이 지나 태평양을 건너 제주도에와 어린시절의 기억을 찾는다. 작가는 과연 그 기억속에서 어머니를 완전히 이해하고 용서했을까? 그리고 그 시선을 평생에 두었을 자신을 용서했을까?  에필로그에서도 난 진정한 회복을 느끼지 못했는데, 아마도 그 이후의 기록이 없어서였을지 모르겠다.

 

사람은 시간의 길을 걸어가면서 늘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되고 새로운 일을 겪으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 몫은 온전히 자신의 몫이란 생각이다.

 

산을 보렴, 산은 언제나 변함없이 그자리에만 있지? 허지만 산은 그자리에만 있는 게 아니야. 헤어릴 수 없는 세월이란 시간의 길을 걸어온 거야. 이 세상 모든것은 시간이라는 길을 걸어가고 잇어. 산도, 나무도, 돌멩이도, 사람까지도 시간의 길을 걸어가고 있어. ... ...  사라은 달라. 이세상 만물과 함께 시간의 길을 걸으면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가는 거야. 사람이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면서 시간의 길을 걸어왔기때문에 문명을 이룩해서 편리한 세상을 만들수 있었어.

... 지식도 포도와 같은거야. 지식을 정신으로 발효시키지 못하면 그 사람의 모릿속에 있다가 그 사람이 늙어가면서 함께 시들고 말아, 허지만, 지식을 정신으로 발효시킨 사람은 자신뿐만 아니라 다르사람에게도 즐거움과 혜택을 주게 되지.  - 소설가 아저씨의 편지글중에서.

 

 

2011년 7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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