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의 그림자 매그레 시리즈 12
조르주 심농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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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파리 보주광장의 한 아파트가 배경이지만, 읽다보면 한국의 어느 허름하고 지저분하고 낡은 연립주택이 머릿속에 저절로 떠오른다. 스물여덟 가구가 살고 있는 이 아파트에는 벼락부자가 된 한 남자와 그의 전부인이 우연히도(?) 위아래 층에 살고 있다. 그녀는 창문을 통해 전남편의 일거수일투족을 염탐해왔다. 그가 누군가에 의해 살해되던 그 순간에도.

극심한 피해의식에 젖어있고 지나간 자신의 과거와 화해하지 못하는 어느 불행한 여인의 질투와 욕심이 만든 비극은, 그녀의 후회와 시기심을 오롯이 옆에서 견뎌내야 했던 전남편과 현재의 남편, 그리고 그녀의 아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기고 셋 중 두 사람의 죽음으로 끝을 맺는다. 그러나 살아남은 한 사람의 남겨진 삶도 제대로 된 삶이 아닐 것임은 불보듯 뻔하다.

평범한 파리의 아파트에서 오랫동안 이어져온 일상 속의 비극. 사건의 실상이 밝혀질수록 이런 게 바로 지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없이 밝고 따뜻한 매그레 탐정의 집안 풍경을 보여주며 끝을 맺는 소설의 마지막은 이 치정극의 음울함을 더욱더 부각시킨다. 오죽하면 매그레가 ‘이 사건에 매달리기 보다는 차라리 흉악범을 쫓고 싶을 정도‘라고 말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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