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반 일리치의 죽음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38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김연경 옮김 / 민음사 / 2023년 12월
평점 :
오랜만에 손에 딱 들어오는 책.
악녀시리즈 마지막으로 선택했던 ‘안나 카레니나’ 이후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쉬 읽어내려 갔다. 무게감이 있는 책들을 읽던 차에 이 책은 가볍게 손에 들어와 부담이 없었다.
러시아 소설 속 인물의 이름은 이제 신경 쓰지 않고 읽는 수준은 된 것 같다. 이 책 또한 서두에서 많은 등장 인물들이 등장하기에 ‘이 짧은 이야기에 얼마나 많은 인물이 등장하려고 이렇나?’하는 생각도 잠시, 이반 일리치의 서사로 바로 넘어가버려 집중하여 읽을 수 있었다.
이반 일리치. 한 사람의 생의 여정을 이렇게 담백하게, 이처럼 처절하게.
마치 내 주변의 한 사람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 같은 착각과 내 삶의 여정을 반추하며 이입하는 시간을 함께 갖게 되었다.
마지막 장을 넘기며...... ‘뭐. 이렇게 끝난다고?’
그랬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짧아진 시기에 죽음이 찾아온다면 이반 일리치의 삶을 갉아먹는 것처럼 이렇게 찾아올 것 같다. 이반 일리치에게 이렇게 살아야 한다라고 삶의 목표를 주지 않았지만 사회를 답습하는 과정에서 가지게 되는 인생의 목표, 자신만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끝없는 고민과 스트레스. 이반의 삶이 그러했다. 우리의 삶처럼. ‘나 역시 그렇게 살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회가 요구하는, 스스로 계획한 목표를 이루었다고 느껴질 즈음에 불쑥 찾아온 고통, 그 고통의 끝이 죽음으로 연결되는 주인공의 여정은 큰 숨을 들이키며 읽어내야 했다.
‘희망이 한 방울 반짝이는가 하면 절망의 바다가 휘몰아쳤다.’(p.78) 얼마나 처절한가.
톨스토이는 죽음에 다다르는 시간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듯 싶다. 누구나 병이 찾아오고 고통이 동반되면 이런 일들을 겪게 되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려 한 것처럼 말이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에 도달하는 시간 동안 그 시간을 함께하는 그의 아내와 자녀들의 입장은 마치 현대사회를 대변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처절한 여정을 곁에서 지켜보는 가족은 함께 우울의 늪에 빠져 그 늪을 빠져나오지 못한다. 그에 비해 그의 가족들은 그 늪에 빠지지 않은 것처럼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 그의 죽음을 대하는 가족의 태도가 더 잔혹하다. 우리 말에 흔히 말하듯, ‘오랜 고통 앞에서 끝까지 함께하기란 쉽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쩌면 그렇게 무관심 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도 일면에 있지만 그 지난한 과정을 겪어본 사람은 그럴 수 있겠다 싶은 마음이 있다.
삶은 결국 혼자다.
이반 일리치도 결국 사회가 요구하는 삶을 받아내며 그렇게 혼자인 삶을 처절하게 살아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