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 2 - 아모르 마네트
김진명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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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청주시민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청주는 정치·경제적으로 그리 힘센 도시는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도시의 힘은 경제력에만 있지 않습니다. 청주의 흥덕사에서 직지를 찍었고, 초정약수터에서 세종대왕이, 복천암에서 신미대사가한글을 마무리했으니 청주는 직지와 한글을 모두 키워낸 우리 겨레의 문화 인큐베이터입니다. 대한민국의 그 어느 도시보다 우리 민족의 문화예술에 이바지해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위대함이 ‘세계 최고‘ 같은 프레임에 갇혀서는 안됩니다. 직지와 한글에 담긴 인류의 위대한 지성, 나보다 약한 사람과의 동행‘ 이라는 정신을 보아야 합니다. 저의 얘기는 이것으로 끝내겠습니다."
- P263

"구텐베르크를 인정하고 나면 우리 직지의 진짜 가치가 비일 것입니다. 직지는 인간 지능의 승리입니다. 맹수에게 이빨과 발톱이 무기이듯 인간에게는 지식과 정보가 무기입니다. 그 지식과 정보를 가장 정확하고 깔끔하게 기록하고 전달하는 장치가 바로 금속활자입니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이런 수단을 만들어낸 우리 민족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또한이 직지의 정신과 맞닿은 것이 바로 훈민정음입니다. 훈민정음은 이제껏 인류가 만들어낸 어떤 글자보다도 우수하다고전 세계가 인정하고 있습니다.
언어학자들은 앞으로 지구상에 여섯 개의 언어만 남을 거라 예측합니다. 바로 영어와 중국어, 아랍어와 스페인어, 불어입니다. 이 언어들은 쓰는 사람이 워낙 많아 선정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가 한글인데, 쓰는 사람은 적지만 한글이꼽히는 건 오로지 글의 우수함 때문입니다. 이처럼 직지와
한글은 우리 민족의 자랑이기 이전에 인간 지능의 금자탑입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직지와 한글은 그 존재 자체가 소수의 독점으로부터 지식을 해방시켜온 인류가 손잡고 동행하자는 지식혁명입니다. 이기심에서벗어나 이타심의 세계로 나아가자는 위대한 메시지가 그 안에 있는 것입니다.
- P262

반도체는 우리회사의 사업이기 이전에 우리 국민의, 우리 민족의 사업으로운명 지워졌다는 매우 특별한 느낌입니다. 예전에 《타임》지에 세계 100대 기술이 발표되었습니다. 미국이 60여 개, 일본이 20여 개, 유럽이 10여 개, 그러나 우리 한국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당시 우리나라에서 최대 매출을 올린 회사는 가발회사였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엔가 삼성전자가 세계 최고의반도체 기술을 내놓으면서 우리나라는 처음으로 100대 기술중 하나를 가지게 되었고, 지금은 일고여덟 개의 기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것이 기술만이 아니라 직지의 저력과 한글의 정신이 결합해 발휘하는 보이지 않는 힘의 상승작용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직지와 한글과 반도체는 인류의 지식혁명을 이끄는 대한민국의 3대 걸작입니다."
- P265

고유 문자가 없는 나라는 말 자체를 잃어버린다는 것을 역사에서 흔히 보지 않았습니까. 청나라가 수백 년 동안 한족을 지배했지만 자신들의 문자를 버리고 한자를 쓰다 보니 지금 청나라 말도 민족도 사라진 게 아니겠습니까. 우리글이 없었다면 우리도 그런운명을 피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세종대왕께서 훈민정음을만들지 않았다면 우리 민족은 벌써 오래전에 중국의 한 지방으로 전락했을 것입니다.
몇 년 전 어느 철학자의 글을 신문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그분은 한국에 방문교수로 온 한 네덜란드 학자의 예를 들었는데, 그 학자는 모국어가 있음에도 논문이나 저서를 영어로쓴다 했습니다. 강한 언어에 둘러싸인 작은 나라의 운명이라하더군요. 스위스의 예도 들었습니다. 스위스는 세계적으로문화 수준이 높다는 나라이지만, 고유의 글과 말이 없기 때문에 독일 문화권이나 프랑스 문화권을 벗어나지 못한다 했습니다. 나는 우리 민족이 한글을 가졌기 때문에 지속적으로인구를 늘릴 수 있었고, 우리의 말과 우리의 정체성도 지켜냈다고 생각합니다. 한글을 가졌다는 사실이 얼마나 자랑스럽고 위대한 일인지 우리 민족이 인식해야 합니다."
- P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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