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直指, 바로 가리킨다는 뜻이다. 이 직지의 본래 명칭은 ‘백운화상초록 불조직지심체요절白雲和尙抄錄 佛祖直指心體要節‘로, 백운화상이 편찬한 마음의 실체를 가리키는 선사들의 중요한 말씀 정도로 해석될 수 있겠다. 직지는 고려 말인 1377년에 청주 흥덕사에서 상·하 두 권으로 인쇄되었는데 현재 하권만이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보관되어 있다. 다행스럽게도 이 직지에는 1377년 청주목 흥덕사‘라고 인쇄된 연도와 장소가 찍혀 있어 인류는 그전까지 구텐베르크의 발명품으로 알려져 있었던 금속활자의 진실을 제대로 알게 되었다. - P5
나는 종종 최고의 목판본 다라니경을 비롯해 팔만대장경, 조선왕조의궤, 조선왕조실록 등 기록의 보관과 지식의 전파에 앞장섰던 우리 문화재들을 떠올려보곤 한다. 하나같이 세계 최일류이자 범인류적 문화유산들이다. 특히 나는 최고古의 금속활자본 직지, 세계의 언어학자들이 꼽는 최고最高의언어 한글, 최고高의 메모리 반도체를 대한민국의 3대 걸작이라 정의하고 싶다. 그리고 한국문화가 일관되게 인류의지식혁명에 이바지해왔다는 보이지 않는 역사에 긍지를 느낀다. 지식의 전파를 통한 전 인류의 동행이라는 메시지는바로 우리 문화의 정체성인 것이다. - P7
"고려는 대단한 문화국이었어요. 고려의 최대 수출품이 뭔지 아세요?" "아마도 고려청자?" "네, 물론 고려청자가 대단하죠. 하지만 더욱 놀라운 사실은 고려의 최대 수출품이 책이었다는 거예요. 그것도 중국에말이에요. "아, 그런가요?" "책은 최고의 문화국만이 수출하는 거예요. 팔만대장경만봐도 고려가 엄청난 문화국임을 알 수 있지만, 당시 최고의품질을 자랑하던 잠견지紙를 만들고 책을 수출하던 나라가 바로 고려예요. 조선에 뭉개졌지만 고려는 정신도 문화도대단했던 나라예요.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를 만들었다는 사실이 바로 그걸 얘기하고 있짆아요." - P89
직지의 활자는 나무에 글자를 새겨 이것을 주물사라는 모래 속에 넣었다 뺨으로써 모래 속에 글자의 음각이 남도록하고 탕로를 만들어 거기에 쇳물을 붓는 방식으로 활자가지쇄를 완성하는, 재미있고도 신기한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 P90
아지랑이는 본래 물이 아닌데 목마른 사슴은 알지 못해부질없이 헤맨다. 자신이 어리석어 진실하지 않으면서 세상을 헛되고 헛되다 하네. 진리는 원래 형체도 없어 집착이 없고 구름처럼 모였다. 흩어지네. 어느 날 스스로 성품이 원래 비어 있음을 깨달으면 열병에 땀을 내듯 후련하리. 흐린 날….. 비 쏟아져 뜰에 물 고이더니.… 물 위에동동 거품 일어나는 것이 보이네. 앞의 것이 이미 사라지는가 하더니 뒤의 것이 다시 생기고…… 앞과 뒤가 서로 이어져 진리에 닿을지니.
뜻밖인 것은 조선시대의 인쇄 관련 규정이었는데, 엄격하기 짝이 없는 중벌로 인쇄의 전 과정을 다스리고 있었다. - P91
최근 미국, 영국, 프랑스의 학자들은 직지가 구텐베르크에게 전파되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직지의인쇄면과 구텐베르크 성경의 인쇄면을 전자현미경으로 직접 비교한 결과는 놀랍기 짝이 없다. 구텐베르크의 성경에직지의 활자주조법 특징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실적 근거 위에서 나는 오래전부터 유럽에 전해오는, 금속활자를 전했다는 동방의 두 승려 이야기에 역사적상상력을 더해 직지가 유럽에 전해지는 모습을 생생하게그려냈다. - 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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