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년은 삼 남매 중의 둘째 아이 같은 학년이에요. 첫째 아이는 첫 아이라는 것 때문에 가족들에게 관심과 기대를 받고, 막내는 어리다고 귀여움 받지요. 하지만 둘째는 위아래로 치이며, 부모의 사랑과 관심도 스스로 얻어 내야만 해요." - P17
난 뒷말을 듣지 않으려고 방문을 소리내어 닫았다. 어른들은 자식들에게 바라는 게 너무 많다. 어린 시절, 청소년 시절을 먼저 경험해 본 사람이 자식의 친구가 돼 주어야지, 자식더러 아직 돼 보지도 못한 어른의 친구를 해 달라니 정말 어이가 없다. - P93
"니가 그 일을 기억 못 해서, 느이 식구들은 영영 그러길 바랬지만 나는 내내 걱정이었다. 늙어서 노망난 것도 아닌데 파릇파릇하니 자라는 것이 지가 겪은 일을 기억 못해서는 안 된다구 생각했단다. 다 알구, 그러구선 이겨내야지. 나무의 옹이가 뭐더냐? 몸뚱이에 난 생채기가 아문 흉터여. 그런 옹이를 가슴에 안구 사는 한이 있어두 다 기억해야 한다구 생각했단다." 외할머니가 내 등판을 쓸었다. - P162
"스물 몇 해밖에 안 살았지만 삶이란 누구 때문인 건 없는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시작은 누구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결국 자신을 만드는 건 자기 자신이지. 살면서 받는 상처나 고통 같은 것을 자기 삶의 훈장으로 만드는가 누덕누덕기운 자국으로 만드는가는 자신의 선택인 것 같아. 안 그러니?" - P195
장난칠 때 남자 애들하고 손잡는 거랑, 극장에서 남자 애랑 손잡는 건좀 다른 것 같더라. 왠지 나쁜 짓 하는 기분이 들었거든. 그래서 혼자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내 생각에 우리가 남자 친구랑손잡기엔,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애도 아니고 어른도 아닌 어중간한 나이라서 그런 게 아닐까 싶어. 너한테 그런 일이 없었다고 해도 건우랑 손 잡는 게 좋지만은 않았을 거야. 우리가 나중에 커서, 사랑하는 사람 만나면 그때는 손잡는 것도 키스하는것도 행복하고 황홀할 거야." - P213
엄마가 와들와들 떨었다. 그랬어도 운명은 내게 큰유진이를 보내 내가 그 일을 알게 만들었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편이 나았다. 때로는 상처가 덧나 아프고 힘들더라도 내가 기억하면서 아물게 하는 편이 나았다. 희정언니의 말처럼 훈장으로 삼는, 기운 자국으로 삼든 내가 내게 일어난 일을 겪어 나가는 모습을 내 편이 되어 함께 지켜봐 줬어야 했다. "아빠가, 네가 그때 일을 알았다는 걸 알고 널…… 때린 것많이 후회하고 계셔. 나랑 니 아빠는, 니가 성공하면, 나중에그 때 일을 기억하더라도, 덜 상처가 될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어. 그래서, 니가 나쁜 길로 빠지는 게, 더 견딜 수 없었던 거야." - P275
이금이: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자신을 사랑하는 일을 포기하지 말라’고 하고 싶습니다. 자신을 사랑하는 일은 상처를 치유하는 첫걸음일 것입니다. 소설 속에서 희정이가 작은유진이에게 해 준, "시작은 누구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결국 자신을 만드는 건 자기자신이지. 살면서 받는 상처나 고통 같은 것을 자기 삶의 훈장으로만드는가 누덕누덕 기운 자국으로 만드는가는 자신의 선택인 것 같아." 라는 이야기를 청소년들에게도 들려주고 싶군요. 청소년 모두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하늘의 별처럼 의미 있고 소중한 존재들이니까요. - P284
|